|
오랜만에 되찾은 웃음이었다. '토종 거포' 문성민(25)이 올시즌 처음으로 코트에서 환하게 웃었다.
70%의 몸상태로 코트에 섰다. 역시 아픈 몸은 숨길 수 없었다. 지난달 23일 서울드림식스와의 시즌 개막전(1대3 패)에서 단 1득점에 그쳤다. 스파이크는 번번이 블로킹에 막혔다.
이후 LIG손해보험전(10월 26일)을 제외하곤 교체멤버로 계속해서 코트에 섰다. 그러나 득점 소식은 요원했다. 대포알 같은 스파이크는 사라진지 오래였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다보니 수비도 되지 않았다. 팀도 균형을 잃었다. 맥없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용병 수니아스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상용 박주형 등 문성민 대체자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시즌 5경기에서 시즌 1승 밖에 거두지 못한 팀을 벤치에서 지켜보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결국 문성민은 13일 아픈 몸을 이끌고 코트에 나섰다.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자신의 손으로 팀 분위기를 전환시켜야 했다.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문성민은 진화한 모습이었다. 몸이 덜 풀린 1세트에는 스파이크 시 팔을 크게 돌리지 않았다. 각도를 줄이고 짧은 타법으로 '터치아웃'을 유도하는 영리한 스파이크를 날렸다. 그러나 서브 시에는 달랐다. 문성민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이나마이트 서브'가 구사됐다. 팔이 뱀처럼 휘어지면서 스파이크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완벽한 팔로우 스로우가 펼쳐졌다. 0-1로 뒤진 1세트에서 올시즌 첫 서브 에이스를 작렬시켰다.
컨디션은 점점 살아났다. 레프트와 라이트를 번갈아가며 강력한 스파이크를 뿜어냈다. 특히 높은 점프력으로 팀의 장점인 블로킹에도 큰 힘을 보탰다.
문성민이 살아나자 나머지 공격수들의 공격도 덩달아 회복됐다. 그동안 현대캐피탈의 공격은 용병 수니아스에게 많이 몰려있었다. 수니아스가 많은 득점을 올려줬다면 상관없었겠지만, 범실이 잦았다. 공격의 흐름이 끊겼다. 하지만 수니아스가 제 몫을 다해주고 중앙에서 센터 한상길과 윤봉우가 살아나면서 득점 루트가 다양해졌다.
다소 경기 감각이 회복되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서브 시 코트라인을 밟는 경우가 두 차례 발생했다. 점차 경기를 치르면서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난 뒤 문성민은 "정말 뛰고 싶었다. 경기 초반에는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가 블로킹에 많이 걸렸다. 그러나 실전감각을 익히고 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발목은 80% 좋아지고 있다. 어깨가 좋지 않았지만 많이 좋아진 상태다"고 했다. 이어 문성민은 "벤치에서 봤을 때 파이팅을 이끄려고 했다. 코트에 돌아와서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문성민 들어와서 심리적으로 많은 힘을 줬다. 침체되어 있던 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칭찬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