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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풀한 스피드배구로 무장한 현대건설, 막을 자 없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0-24 14:21


◇연습경기를 하고 있는 여자배구 현대건설 선수들. 사진제공=현대건설 배구단

한국 여자배구의 '꽃사슴' 황연주(현대건설)는 체중 공개를 꺼렸다. 몸무게가 얼마냐고 묻자 "여자에게 체중을 묻는 것은 실례다. 감독님이 혹독하게 굴리는 바람에 빠졌다"며 웃었다. 황연주를 지난 여름 평소 보다 120% 이상 훈련시킨 사령탑은 여자배구의 우승 청부사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이다. 지난 시즌 둘은 현대건설에 첫 통합 챔피언의 한을 풀어 주었다.

여자배구의 영원한 과제는 남자 처럼 볼을 때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여자들도 남자 처럼 근력을 길러야 하고 움직임이 빨라져야 한다. 황현주 감독은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이후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2011~2012시즌 NH농협 프로배구에서 현대건설은 두 가지를 제대로 보여주기로 했다. 그래서 지난 여름 진주 전지훈련에서 남자팀을 흉내냈다. 세계적인 추세인 '스피드 배구'를 따라가기 위해 플레이가 빨라져야 했다. 모든 팀들이 다 하는 좌우 오픈 공격은 지루했다. 코트에서 많이 움직여야 상대를 괴롭힐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코트 밖에서 더 달려야 했다. 선수들은 황 감독의 지시에따라 중거리 달리기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했다. 황연주 처럼 선수들의 체중이 빠지는게 당연했다. 몸이 가벼워 지자 코트 안에서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빨라졌다. 세터 염혜선의 빨라진 토스에 따라 라이트 황연주, 센터 김수지, 레프트 윤혜숙 등이 한박자 빨리 때렸다. 황연주는 "지난 시즌 우리의 스피드가 5였다면 현재 우리는 8에 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재미를 봤던 '공격 배구'는 그대로 살려나갔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걸 실천했다. 범실이 많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도 현대건설은 연타나 페인팅 보다 호쾌한 강타를 즐겼다. 서브도 아웃이 되는 위험이 있더라도 무조건 세게 때렸다. 선수들은 황 감독이 범실을 줄이라고 줄곧 주문했지만 코트에만 들어가면 공격 본능을 발동시켰다. 황현주 감독은 선수들과 합의점을 찾았다. 그는 "좋다. 공격할 때는 범실 신경쓰지 말고 강하게 해라. 대신 다른 부분에서 실책을 줄이자"고 했다. 결국 서브 리시브 같은 수비 부분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지난 시즌 보다 좀더 강해지기 위해선 남자 같은 힘이 필요했다. 좀더 힘을 실어 때리기 위해선 파워가 있어야 하는 법. 근육을 키우기 위해 체력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코트에서 힘있게 때리기 위해 체력단련장에서 웨이트 훈련을 했다. 그러다 보니 훈련량이 지난 시즌 대비 20% 이상 늘었다고 보면 된다.

현대건설은 23일 흥국생명과의 첫 경기에서 고전 끝에 3대1로 승리했다. 준비했던 배구의 50%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 경기 후 바로 국가대표 황연주와 윤혜숙은 전력에서 제외됐다. 둘은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에 출전한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두 주전 없이 5~6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황 감독은 선수들을 거칠게 다뤘다. 레프트 박슬기 등의 기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두 주전이 빠졌지만 현대건설의 2년 연속 통합 챔피언을 향한 도전은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기량이 기대이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용병 공격수 리빙스턴(미국)의 적응 여부가 이번 시즌 현대건설 성공의 최대 변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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