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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개막특집②]한선수-공서영, 용인에서 100만원 내기한 사연

기사입력 2011-10-16 14:19 | 최종수정 2011-10-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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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한선수(오른쪽)와 공서영 KBSN아나운서가 데이트를 가졌다.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배구공을 잡고 포즈를 취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100만원 걸고 할래요?"

여자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우스갯소리였지만 당찼다. 자신감이 넘쳤다. 다소 당돌한 얘기에 남자는 흠칫 놀랐다. 하지만 이내 승부사 기질이 발동했다. "그래요. 100만원 내기 좋아요. 한번 해봐요." '100만원짜리' 통큰 내기에 합의한 주인공들은 공서영 KBSN아나운서(29)와 국가대표 배구팀 주전 세터인 한선수(26·대한항공)였다. 2011~2012시즌 V-리그 개막을 일주일 앞둔 14일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배구계 대표 꽃미남, 꽃미녀의 데이트 현장을 포착했다.

100만원 → 선물 걸고 시작한 내기

당초 예상했던 데이트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호젓한 분위기를 머리 속에 그렸다. 아름다운 신갈천을 배경으로 선남선녀의 대화하는 장면을 꿈꿨다. 하지만 기자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체육관에서 배구 한 번 해볼까요? 좋은 사진들이 나올 것 같은데요." 공 아나운서는 흔쾌히 하자고 나섰다. 마침 가방에 운동화도 있었다. 옷이 문제였다. 한선수가 유니폼을 빌려주기로 했다. 기왕에 하는 것 뭔가를 걸고 제대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100만원 내기 이야기도 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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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의 유니폼을 걸고 내기에 나섰다.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선수와 공서영 KBSN 아나운서.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선수가 공 아나운서에게 언더토스, 오버토스, 서브를 가르치기로 했다. 원포인트 레슨을 한 뒤 한선수가 지정하는 미션에 도전하기로 했다. 100만원 내기가 우스갯소리였기 때문에 선물을 걸기로 했다. 한선수는 공 아나운서가 입고있는 자신의 유니폼을 걸었다. 한선수의 유니폼은 공 아나운서에게 꼭 맞았다. 공 아나운서는 마음에 들어하면서도 "한선수 선수가 너무 말랐네요"라며 아쉬워했다. 한선수는 공 아나운서에게 수면양말을 달라고 했다. 유니폼과 수면양말을 건 내기였다.

생갭다 공 아나운서의 운동신경은 좋았다. 한때 여성댄스그룹 클레오의 멤버로 활동했다. 원래 운동은 자신있었단다. 언더토스를 가르쳤더니 곧잘 따라했다. 한선수는 바짝 긴장했다. 공 아나운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언더토스만큼은 자신있어요"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한선수는 "내년에 여자배구 드래프트 참가하는게 어때요? 리베로로 이름 날릴 것 같아요"라며 제자의 기를 살려주었다. 한선수는 공 아나운서의 언더토스에 9점(10점 만점)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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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가 공서영 KBSN아나운서에게 오버핸드토스를 가르치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오버토스에서는 고전했다. 공에 닿을 때 손이 삼각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잘 되지 않았다. 손도 작았다. 공 아나운서의 오버토스는 계속 뒤로 빠졌다. 공 아나운서는 뒷걸음질 치다가 미끄러지기도 했다. 한선수의 오버토스 점수는 그래도 후했다. 10점 만점에 5점이었다.

서브 차례가 되자 공 아나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힘 하나는 자신있다며 오버핸드서브를 하겠다고 했다. 코트 엔드라인에 섰다. 한선수는 고개를 저었다. 공 아나운서는 왼손으로 공을 들더니 한동안 응시했다. 지난시즌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에반의 전매특허 서브 포즈였다. 한선수는 '풋'하고 웃었다. 공 아나운서는 힘차게 공을 쳤다. 결과는? 물론 대실패였다. 빗맞았다. 공은 불과 3m 앞에 힘없이 떨어졌다. 공 아나운서는 "어 이게 아닌데"라며 얼굴을 붉혔다. 한선수는 공 아나운서를 엔드라인과 어택 라인 중간 지점으로 불렀다. 공 아나운서는 멋쩍은 표정으로 한선수 앞으로 갔다. 한선수는 공 아나운서에게 언더핸드서브를 하라고 했다. 힘을 세게 주기보다는 팔목에 정확히 맞히라고 했다. 정확히 때리면 공은 제대로 날아갈거라 했다. 처음에는 잘 되지 않았다. 계속 빗맞았다. 네트를 넘기기도 어려웠다. 좌우로 삐져나갔다. 하지만 조금씩 제 궤도를 그렸다. 10번 째 되니까 공이 제대로 넘어갔다. 공 아나운서는 환호했다. 하지만 한선수는 냉정한 선생님이었다. 5점을 매겼다.


공서영의 도전 시작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도전 미션 선정부터 팽팽했다. 공 아나운서는 언더토스를 원했다. 한선수는 너무 쉽다고 손사래를 치며 오버토스를 제안했다. 한치의 양보도 없었다. 몇 차례 실랑이 끝에 결국 미션은 단판승부 언더토스 10번으로 정했다. 공 아나운서는 비장했다. 눈빛이 달라졌다. 두 세개까지는 안정적이었다. 다섯개가 넘어서도 토스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한선수의 입에서도 '호오'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토스가 10개째가 되자 공 아나운서는 환호하며 공을 잡았다. 방방 뛰며 좋아했다. 한선수는 "유니폼 가지세요. 사인도 해드릴께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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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서영 KBSN아나운서는 언더토스 미션을 성공했다. 하지만 서브 미션을 실패하고 말았다. 공 아나운서가 서브한 뒤 공을 바라보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하나를 더 제안했다. 서브 미션이었다. 엔드라인에서 3차례 서브해서 상대 코트로 공을 넘기기였다. 대표팀 유니폼을 선물로 내걸었다. 공 아나운서는 바로 '도전'을 외쳤다. 첫번째는 옆으로 빗나갔다. 두번째는 네트에 걸렸다. 마지막이었다. 심호흡을 했다. 신중하게 공을 쳤다. 하지만 바람과는 다르게 공은 힘없이 날아갔다. 한선수는 웃으면서 "실패!"를 외쳤다. 공 아나운서는 허탈한 표정으로 공만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웃으면서 "그래도 이정도면 잘했죠?"라고 했다. 스승과 제자는 하이파이브 하며 즐거운 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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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수와 공서영 KBSN아나운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용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한선수-공서영, 올시즌 배구코트에서 많이 만나요

장소를 옮겼다. 체육관 옆 정원을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바라던 그림이었다. 한선수도, 공 아나운서도 이번 시즌은 중요하다. 지난 시즌 한선수는 대한항공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통합우승에는 실패했다. 이번 시즌 목표는 명확했다. '통합챔피언'이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배구계에 데뷔한 공 아나운서는 두번째 시즌을 앞두고 있다. 올시즌에는 MBC스포츠플러스도 배구 중계에 참여한다. 경쟁이 불가피한만큼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두 사람은 배구 코트에서 수훈 선수 인터뷰로 많이 만날 것을 약속했다. 수훈선수와 인터뷰하는 아나운서로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한선수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공 아나운서 역시 더욱 많이 시청자들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수훈선수 인터뷰만은 비워두었다. 한선수의 요청 때문이었다. 한선수는 "아직 시즌이 시작도 하지 않았어요. 설레발치면 안됩니다. 마음을 비워야해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공 아나운서도 "그래도 마음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라고 웃음으로 화답했다.
용인=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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