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되면 임기만료 전이라도 떠날것"[대한체육회장 후보 릴레이인터뷰]

전영지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03 07:30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체육인들을 향해 손하트 포즈를 취해보였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2.24/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IOC백팩을 메고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2.24/

지난 12월 24일 가장 먼저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후보 등록을 마쳤다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한손엔 영자신문을 들었다. "영어는 하루도 안하면 안된다"고 했다. 2019년 IOC위원이 된 후 영어공부를 시작한 이 회장은 토익 시험에 나올 법한 영단어를 수시로 썼다.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엔 지지자들이 이른 아침부터 드나들었고 인터뷰 내내 휴대폰 진동벨이 쉼없이 울렸다. 2020년 재선 후 첫 인터뷰서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했던 그가 2024년 1월 14일, '기호1번'을 받아들고 3연임 도전에 나섰다.

이 후보는 지난 12월 23일 출마 기자회견서 "나를 코너로 몰았다"며 도전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이날도 그는 "원래 재임으로 끝내려 했다. 국회의원, 도지사 출신 좋은 분을 차기 회장으로 염두에 뒀고 그분도 승낙했는데 개인사정이 생겼다. 이후 마땅한 분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다"고 했다. 파리올림픽 이후 대한체육회와 이 회장을 향한 문체부 감사, 국회 국정감사, 국무조정실 조사에 이은 검경 수사, 문체부의 직무정지, 감사원 조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격 출마를 선언했다.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중 후보 등록증을 보여주고 있다.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2.24/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단독 인터뷰서도 이 후보는 특유의 거침없는 화법으로 속내를 드러냈다. "파리올림픽에 다녀온 후 최고위직 관료가 출마를 만류했다. 너무 시끄럽다며 다른 자리를 제안하기에 '안한다'고 했다. '위에서 원치 않으면 그냥 그만하겠다'고 했다. '스포츠 경력만 25년째다. 이걸로 끝을 봐야지 이 나이에 다른 자리는 관심 없다'고 두 번 거절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그랬더니 한 재벌 회장을 추천하면서 도와주라 하더라. 대한체육회는 재벌 회장이 의미 없다. 체육회 통합 후 회장이 직접 챙길 일이 많고, 대기업은 정치에 휘말릴 가능성도 높다. '반대' 의견을 냈다. 역으로 강창희 전 국회의장 등 2명을 추천했는데 답이 없더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퇴로를 열어달라, 명예롭게 떠날 명분을 달라고도 했다. 첫째 문체부 공익감사를 통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조치해 달라, 둘째 '문체부장관이 대한체육회 등을 감독한다'는 국민체육진흥법 제43조를 개정해달라고 했다. '기타공공기관이자 사단법인, IOC회원국으로서 대한체육회의 자치, 자율을 보장해줘야 한다. 보조금 교부, 정산은 감사 및 승인 사안이지만 정관은 협의사항으로 세분화해달라. 그래야 갈등이 안생긴다'고 했다. 셋째, 국가스포츠위원회 설립을 정식 국가 아젠다로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것만 되면 난 빠지겠다고 했는데 답이 없었다"고 했다. "이후 최고위 관료, 정치권, 체육계, 조계종 인사 등 4개 라인이 불출마를 설득했다. 11월 9일엔 한 사람이 세 번 전화했다. 화가 치밀었다. '이렇게 압박하는 건 아니다. '나쁜 놈'이 될 순 없다. 분명히 정리하고 가야겠다. 출마해야겠다' 결심했다."

이 회장이 재선 후 언론사 간담회에서 "난 때릴수록 빛나는 방짜유기"라고 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문체부의 직무정지 통보 후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이 회장은 "푹 잤다"고 했다. "날 몰라도 너무 모른다"면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은 두 가지를 위해 저항해야 한다. 첫째는 약자를 위한 컴패션(compassion·연민), 둘째는 내가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나도 존중받아야 한다. 위에 있다고 멋대로 하는 아비트러리(arbitrary·횡포)엔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위층이 왜 출마를 만류했다고 보냐고 묻자 그는 "왜곡된 보고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더불어민주당과 가까워 의원 연찬회에 갔다는 거짓보고가 올라갔다고 들었다. 그때 난 대전서 228개 시군구 회장 워크숍을 하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2.24/
지난 두 번의 선거에 비해 힘든 상황이라는 말에 이 회장은 "2016년 첫 통합체육회장 선거 때도 대한민국에서 나만 못나오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법원에 후보자 지위보전 신청을 해 당선됐다"고 돌아봤다. 3연임 도전이 '사리사욕'이 아님을 강조했다. "삶은 나와 이별하는 일이다.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별할 때 '쪽팔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다른 사람은 속여도 자신은 못 속인다. 악쓸 필요가 없는데 내가 악을 왜 쓰느냐, 약자를 위한 리더의 책임감 때문이다. 나는 옷장에 옷도 몇 벌 없다. 구두도 2켤레다. 무소유다. 언제든 떠날 준비가 돼 있다. 압수수색 나온 경찰도 빈손으로 돌아갔다"고 했다. 이어 금강경의 '여몽환포영 응작여시관(如夢幻泡影 應作如是觀)'이라는 문구를 인용했다. "'다 꿈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니 이걸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상을 봐야지 허상을 보면 안된다. 실상을 보면 헛된 욕망을 줄일 수 있다.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 자기성찰, 반면교사, 금강석처럼 스스로가 빛나는 과정을 통해 순리대로 살면 족하다"고 했다.

감사, 수사 정국속에 대한체육회 직원들의 내홍도 극심하다. 3연임 후 인사 불이익 등을 우려하자 이 후보는 "그런 소아적 발상을 하면 안된다"고 일축했다. "역지사지, 직원들 심정을 100% 이해하지만 이 과정을 겪어야 더 견고해진다"고 했다. 이 회장은 당선되더라도 문체부가 승인하지 않거나, 사법 리스크로 임기를 정상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도 일축했다. "같은 사안으로 13명이 조사받았다. 그렇게 들쑤셨어도 아무것도 안나왔다. 두고보면 안다. 부정채용 혐의도 내게 누굴 뽑으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이 없다. 혼란은 없을 것"이라면서 "선거로 뽑힌 사람을 승인하지 않는 건 직권남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2.24/

'3연임 도전'이기흥 후보"난 무소유,사리사욕 없어...국가스포츠委 설립…
3연임에 도전하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24일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4.12.24/
그는 또 '15개 부처 체육 업무을 통합한 전담 거버넌스' 국가스포츠위원회가 출범하면 임기만료 전이라도 물러날 수 있다고 공약했다. "체육인이 존중받고 지도자, 선수, 시군구 구성원들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환경이 구축되고 국가스포츠위원회가 '불가역적' 단계에 들어서면 회장직을 넘기고 강원도 암자로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한체육회 사무처는 교육원, 훈련원, 2원 체제로 운영할 것이다. 훈련원 산하에 진천, 평창, 태백선수촌을 두고 교육원 산하엔 태릉서 유·청소년에게 올림피즘을 가르치고, 남원유소년스포츠컴플렉스, 장흥교육센터서 체육인을 교육하고, 스위스 로잔 연락사무소서 국제인력을 양성하면 모든 인프라가 갖춰진다. 여기에 국가스포츠위원회를 통해 유아부터 노인까지 대한민국 전국민이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미래를 구축하면 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33%의 콘크리트 지지층, '어차피 회장은 이기흥(어회흥)' 설에 대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선택은 체육인들이 하는 것이고 결과는 받아들이면 된다"며 웃었다. 8년간 전국을 20번 넘게 돌았다는 그는 자신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함께 한다는 것, 체육인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하고 진취적으로 앞으로 나가면서 함께 극복해낸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체육인들을 향해 "회장직에 복귀해 분명히 결백을 입증하고 정리하고 가겠다. 지혜를 모아 시련을 이겨내고 체육의 튼튼한 기반 위에서 국가와 미래세대, 우리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자"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후보 프로필

1955년 충남 논산 태생 대전 보문고-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중퇴)-용인대 체육학 명예박사, 동국대 철학 명예박사 주요 경력=40~41대 대한체육회장 및 IOC위원, 전 대한체육회 수석부회장·통합추진위원장·체육발전위원장·전국체전위원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 전 대한카누연맹 회장, 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 2012년 런던올림픽 선수단장,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선수단장·대한불교조계종 제25-26대 신도회장, 불교리더스포럼 상임대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