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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운동을 그만해야 통증이 완치된다고 했다. 하지만 휠체어탁구 서수연(38·광주시청)은 라켓을 손에 붕대로 칭칭 감으면서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하는 데까지 해보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 불굴의 의지를 바탕으로 결국 해냈다. 세계랭킹 1위,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지난 2월말 부산세계탁구선수권 현장에서 탁구계의 발롱도르인 '국제탁구연맹(ITTF) 올해의 선수 2023'까지 거머쥐었다. 발롱도르는 세계 프로축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그 시즌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한다. 이제 패럴림픽 금메달, 마지막 목표만 남았다. 서수연의 오른손은 2024년 8월 파리를 정조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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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연은 지난해 3월 라켓을 쥐는 각도를 살짝 변경하면서 해답을 찾았다. 서수연은 "(류징이)큰 경기에선 기량이 달라지더라. 평소 수비 범위가 이 정도였다면 결승에선 그 이상을 막아내는 모습이 보였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라켓 그립을 바꾸면 모든 게 바뀐다. 서수연은 "기본 자세부터 스윙이나 커트까지 싹 바꿔야 한다. 원래대로 치면 공이 안 맞는다"고 설명했다. 서수연은 기존 폼에서 명확한 한계를 느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다시 도전을 선택했고 피나는 노력으로 결과물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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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아쉬웠다.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운동 방식을 조금씩 바꿔서 적응했다. 기계적인 운동량을 줄이고 이미지 트레이닝 비중을 높였다. 서수연은 "시간을 줄이면서 집중도를 높였다. 필요한 것만 쏙쏙 빼서 했다"고 밝혔다.
패럴림픽 금메달의 꿈만 이룬다면 이제 미련은 없다. 서수연은 "운동을 시작한지 17년이 됐다. 작년부터 (은퇴)고민을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는다면 몸 상태만 보면 그만 하는 게 맞다. 주변에선 아직 한창이라고 하는데 버거울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진심은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 "욕심은 하고 싶은데 몸이 버텨주지 못한다. 운동이 싫은 게 아니다. 재밌다. (패럴림픽 금메달을 따면)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좀더 선수생활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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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연은 후배들의 도전을 응원했다. 탁구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변화된 일상에서 행복이 찾아온다고 했다. "솔직히 쉬운 길은 아니다. 종목 특성상 시간도 걸린다. 하지만 성취감도, 즐거움도 크다. 또 요즘은 기반이 엄청 좋다. 예전엔 운동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웠다. 지금은 운동만 열심히 해도 충분하다"며 스포츠 입문을 강력 추천했다.
경기 외적인 장점도 무궁무진하다. "나도 탁구 덕에 사회에 나왔다. 장애를 가지고 막막했지만 이렇게 돌아왔고 자리도 잘 잡았다. 많은 분들이 인정도 해주신다. 나에게 잘하는 일이 생겼다. 뭐든지 어려울 순 있지만 또 못할 것도 없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보다 젊다. 할 수 있을 때, 상황이 될 때 놓치지 말고 자기의 삶에 있어서 좋은 길을 찾기를 바란다"며 스포츠의 힘을 강조했다.
이천선수촌=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