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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파리에 탁구 보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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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다투는 중요한 시기, 한-불 합동훈련은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과 파트릭 실라 프랑스 대표팀 코치의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전, 이철승-유승민조는 '레전드' 장 필립 가티엥-실라조와 맞붙었다. 그로부터 24년, 대한민국 삼성생명 탁구장에서 '이철승의 제자' 이상수(삼성생명)와 '실라의 제자' 르브렁 형제가 서로의 훈련 파트너로 나섰다. 르브렁 형제는 훈련 시설, 식당, 숙소, 파트너 등 모든 환경이 "어메이징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펠릭스와 실전같은 랠리를 펼친 '닥공' 이상수 역시 "세계 어디에도 이런 시설은 많지 않다. 프랑스 선수들이 너무 좋아한다"며 '삼성'부심을 표했다.
프랑스 탁구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천재 형제'는 눈부신 탁구 유전자를 타고났다. 아버지 스테판 르브렁은 프랑스 국내랭킹 7위까지 올랐던 남자복식 국가대표였고, 이들의 삼촌 크리스토프 르구는 프랑스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 한때 세계 14위까지 오른 에이스였다. 세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라켓을 잡은 펠릭스는 고향 몽펠리에 프로팀에서 뛰던 중국 에이스 첸지안을 롤모델 삼았다. 첸지안의 '중펜(중국 펜홀더)' 그립을 따라하며 성장했다. 형 알렉시가 유럽파 정통 셰이크핸더인데 비해 동생 펠릭스는 유럽 선수로는 보기 드문 양면 펜홀더 이면타법을 구사한다. 중국 에이스들도 돌려세우는 빠르고 강한 포어드라이브, 중국선수보다 더 중국같은, 경이로운 '중펜'의 비결은 조기교육이다. "첸지안은 아버지 친구인데 최근 6~7년동안 못뵀다. 내 롤모델이자 많이 존경하는 선수"라고 애정을 표했다. 형제 모두 빠른 발과 반박자 빠른 톱스핀, 프랑스 청춘다운 열정을 장착했다. 때로 게임이 풀리지 않을 때면 거침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라켓을 손으로 내리치는 격정적인 모습도 포착된다. 이 '용감한' 형제는 중국을 비롯 어떤 상대를 만나도 한치 물러섬이 없다. "나라를 위해 한게임 한게임 뛰는 것일 뿐 두려움은 없다. 이 기회를 통해 성장하려는 생각뿐"이라고 했다. 동생의 랭킹이 높아서 부럽거나,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싸운 적은 없냐는 짓궂은 유도 질문에 형 알레시가 손사래쳤다. "형이라서 동생을 이겨야 한다는 기대가 있고 이기면 기쁘지만, 펠릭스는 내 동생이자 놀라운 선수이다. 동생과 경기하면 그의 수준이 감사하고 나도 내 수준을 더 높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동생이 잘해서 정말 좋다. 질투 같은 건 전혀 없다. 진짜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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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예테보리 세계탁구선수권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레전드' 장 필립 가티엥 이후 프랑스 탁구가 '르브렁 형제'를 앞세워 다시 한번 금빛 반란을 꿈꾼다. 펠릭스는 "파리에서 내 인생 최고의 탁구를 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생에 한번뿐인 안방 올림픽이다. 좋은 기회이고 더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우리는 지금처럼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 5개월이 남았다. 이 올림픽을 통해 더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부산세계선수권 결승, '세계 최강' 판젠동과의 랠리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던 형 알렉시는 "랠리를 좋아하고 랠리는 누구와 붙어도 늘 자신 있다"고 했다. "개인전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단체전은 나와 펠릭스, 베테랑 시몽 고지가 모두가 힘을 합쳐 자신의 역할을 해준다면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만리장성 중국을 뛰어넘을 비책에 대해 이들은 "부산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한국이 보여줬다"면서도 "아주 어려운 일이다. 커리어 전체를 걸고 도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펠릭스는 부산에서 왕추친과의 첫 맞대결 완패에 실망하지 않았다. "서브, 리시브 대처가 어려웠다.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다"면서도 "아직 17세니까 체력으로는 성장할 여지가 많다. 더 많은 경기를 하고 복기하면서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파리올림픽은 우리에게 최고의 잔치다. 메달을 따서 프랑스 탁구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는 의지를 표했다. '한국 불고기'를 좋아하고 '오징어게임'을 재미있게 봤다는 르브렁 형제는 한달 넘는 한국살이를 온마음으로 즐겼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한국어 발음이 매우 정확했다.
프랑스 탁구천재 형제는 한국 팬들을 파리로 초대했다. "봉주르! 올 여름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립니다. 파리올림픽에서 저희는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어요. 여러분, 파리를 많이 찾아주시고 웅원해주셔서 많은 기록들이 세워지길 기대합니다. 파리에 탁구 보러, 저희 보러 오세요! 감사합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