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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코치, 감독, 단장, 전무, 협회 부회장. 참 오랜 시간, 여러 직책을 거쳤다. 이유성 제주 우리들 골프 앤 리조트 대표(65)와 언제 처음 인연을 맺었느냐에 따라, 많은 이들은 각기 다른 이미지로 그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랜 경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한항공, 그리고 스포츠다.
최근 서귀포 우리들CC에서 만난 이 대표는 "평생 (모기업에서) 돈 받아서 잘 쓰는 걸 고민하다가, 직접 벌어 직원 급여를 주고 있다. 골프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매출이 늘었을 땐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했다.
코치, 감독, 단장, 그리고 골프장 대표
대한항공을 퇴직한 직후인 2020년 말, 지인을 통해 골프장 대표 제의가 들어왔다. 현역에서 완전히 은퇴해 휴식을 생각하고 있던 시기였다.
이 대표는 "건강이 안 좋아 걱정이 됐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라 고민 많이 했다.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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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취임하기 전에 우리들CC는 연 매출이 30억원 정도였다. 코로나19 특수로 2020년 50억원까지 올라갔다. 그래도 유명 골프장이 많은 제주도에서 경쟁력 있는 골프장으로 보기 어려웠다.
이 대표가 취임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코스 관리 전문가를 영입했다. 연 매출액 120억원을 찍었다. 이전보다 세 배가 뛰었다. 올해는 9월 중순까지 100억원이다. 120억~13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18홀 규모에서 낼 수 있는 최대치다.
지난 해 말 매출 100억원을 넘은 시점에서, 직원들에게 보너스 200%를 지급했다. 골프장이 개장하고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해 초 직원들에게 매출 목표 100억원을 이야기하면서 달성하면 보너스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곧장 서울로 올라가 회장님께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사실 누적 적자로 인해 200%까지 지급할 형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처져 있던, 고생해서 성과를 낸 직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선수들이 우승하면 보너스를 바로 다음 날 줘야 확실한 효과가 있다. 여러 단계를 밟으면 일주일, 보름 가까이 걸린다. 대한항공에선 내가 우승하면 바로 다음 날 지급하는 걸로 바꿨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다음 날 바로 200% 보너스를 지급했다. 선수도 그렇지만 직원도 사기가 중요하다. 이 대표는 "식당에서 마주하는 직원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데 기분이 좋았다. 경영자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 뿌듯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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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CC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대회를 유치하면서부터다. 지난 해 7월 말 제주삼다수 마스터스가 우리들CC에서 열렸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시기에, 5월인데도 대회 장소가 미정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움직였다. 대표까지 적극적으로 나서 대회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갤러리가 없는 무관중 대회로 진행됐기에 가능했다. 설득할 수 있는 지점을 파고들어 성공했다. 평소 쌓아둔 두터운 인맥이 도움이 됐다.
골프전문 채널을 통해 대회가 중계되면서, 우리들CC의 아름다운 풍광이 알려졌다. 이 대표는 "우리 직원들이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 행사가 끝난 뒤 그림이 너무 멋지다는 전화가 쏟아졌다"고 했다. 8~9월 부킹이 몰렸다.
지난 해 10월에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시니어오픈골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또 한 스포츠 전문채널이 스포츠인이 참가하는 골프 예능프로그램을 찍었다. 골프장 휴장일에 촬영했다. 겨울 내내 우리들CC가 담긴 프로그램이 재방송으로 계속해서 방송을 탔다. 이 대표는 방송을 통한 홍보효과를 많이 봤다고 했다.
이 대표는 "취임 초기에 많이 다그쳤는데, 묵묵히 성실하게 따라와 준 직원들이 고맙다"고 했다. 입소문을 타고 스포츠, 기업인, 정치인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겸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우리들CC에서 알바트로스를 했다. 우리들CC가 대한민국에서 겨울에 골프치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이 대표는 수차례 강조했다.
"주니어 선수를 유망주로 키운 셈"
우리들CC 대표 사무실에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이 걸려있다. 책상 한쪽에는 대한항공 모형 항공기가 놓여 있다. 테이블 건너편 벽에 자리한 남유럽 시골마을 풍경, 사람을 담은 사진이 보이길래, '혹시 고 조양호 회장 작품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이 대표는 살짝 웃었다.
대한항공을 벤치마킹했다.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닿았다. 이 대표는 "대한항공 임원회의에서 고 조양호 회장이 김치 등 음식 맛을 두고 담당 임원을 강하게 질책하곤 했다. 그땐 '저런 것까지 회장님이 관여하시나'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디테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 김치 하나가 전체 음식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
취임 직후 클럽하우스 식당 그릇을 모두 교체했다. 음식 재료는 조금 비싸더라도 무조건 국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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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단에선 모기업에서 받은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고민했다. 이제는 경영자로서 돈을 벌어야하는 자리에 있다. 정직원과 캐디, 외주업체 직원까지 150명이 일하는 일터의 리더다. 직원수로는 스포츠단보다 더 큰 조직이다.
이 대표는 세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첫 번째가 '골프장 많이 좋아졌습니다'. 두 번째가 '직원들이 친절해졌습니다'. 마지막이 '음식이 맛있네요'다.
이 대표는 "스포츠로 치면 하드웨어가 좋은 주니어 선수를 이제 유망주 수준으로 키운 것 같다"고 했다. 요즘 그는 잔디 교체 등을 고민하고 있다.
서귀포=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