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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다."
빛나는 영광, 그 뒤에는 끝없는 노력이 있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핸드볼 공을 잡았다는 정 명예교수는 현역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리그 알자지라 클럽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유럽식 기술과 체력에 눈을 떴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1983년 한국체대 여자 핸드볼팀을 창단해 후진 양성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 정 명예교수는 월급(20만원)의 15배에 달하는 거금 300만원을 들여 비디오카메라를 구입했다. 그는 당시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비디오 분석을 도입해 1990년대에 이미 20편에 이르는 비디오 핸드볼 교재를 개발했다.
연구하는 지도자 정 명예교수. 그는 지도자의 기본은 실력이라고 말한다. 선수보다 더 혹독하게 자기를 담금질해 얻어낸 '실력이 뒷받침되는 리더십'이 바로 그것. 하지만 실력은 어디까지나 기본일 뿐이다. 감독과 선수 사이에 신뢰가 쌓이지 않은 팀은 최고가 될 수 없다.
정 명예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의사가 아무리 좋은 약을 써도 환자가 그것을 소화시키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팀도 마찬가지다. 인간관계에서 기본은 신뢰다. 좋은 기술을 배우고 익혀 보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리더와 팀원의 강력한 신뢰가 곧 팀워크 그 자체다. 이것이 없는 팀은 실전에서, 위기에서 어떠한 리더십도 통하지 않는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신뢰를 바탕으로 완성한 팀. 그들의 성과는 거침이 없었다. 세계 무대에서 여러차례 메달을 합작했다. 정 명예교수의 제자들은 현재 한국 핸드볼을 받들고 있는 힘이다. 그의 제자들이 스승의 가르침에 보답하기 위해 최근 '작은 손에 움켜쥔 큰 세계: 핸드볼 그랜드슬램의 신화 정형균'이란 책을 출간했다. 정 명예교수의 삶과 핸드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인 임오경 현 국회의원, 백상서 한체대 교수 등 한국 핸드볼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18명이 힘을 모았다.
오랜 인연들이 엮어 만든 책. 정 명예교수는 "후배들에게 정말 고맙다. 놀라운 일이다. 아무래도 내 정년퇴임식을 맞아 기록을 남겨준 것 같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 명예교수는 지난 2월 한체대 교수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의 핸드볼 인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핸드볼 사랑도 끝이 없다. 정 명예교수는 "한국 핸드볼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후배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분명 더 좋아질 것"이라고 따뜻한 조언을 남겼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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