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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시상' 코카콜라수상자들이 전해온 슬기로운 격리생활 근황[코카콜라체육대상]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4-27 16:00 | 최종수정 2020-04-30 10:04


코카콜라 체육대상 펜싱 오상욱. 성남=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4.21/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제25회 코카콜라체육대상 시상은 지난 25년을 이어온 전통의 시상식 대신 유례없는 '개별 택배 시상' 형식으로 이뤄졌다. 지난달 26~27일 진천선수촌에서 일괄퇴촌한 선수들은 대부분 각자의 집과 소속팀 훈련장에서 코카콜라 트로피를 받아들었다. 코로나19는 2020년 봄, 우리 삶의 풍경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지만, 대한민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코카콜라체육대상 수상자들은 감사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코카콜라 체육대상 최우수상 수상자' 오상욱은 매일 오전 10시에 성남탄천종합운동장내 성남시청 펜싱장에 출근중이다. 오후 6시까지 주 5회, 오전 오후 훈련을 통해 컨디션을 관리하고 있다. 오상욱은 코로나19 자가격리 기간중 발견한 '소소한 행복'을 노래했다. 오상욱은 3월 중순 헝가리에서 입국해 여자 에페 동료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 2주간 자가격리됐다. 오상욱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충분히 안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털어놨다. "지난 1년간 도쿄올림픽 준비를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훈련, 경기를 반복하며 오직 펜싱뿐인 삶이었다. 그런데 부다페스트에서 돌아온 후 14일간 처음으로 펜싱검을 내려놨다. 나홀로 집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다시 훈련장에 와서 오랜만에 검을 잡는데 너무 좋더라"며 웃었다. "펜을 잡을 일이 별로 없는데 요즘은 공부를 하고 있다. 1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는데 생갭다 재미있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집에서 너무 할 게 없어서 독학기타도 시작했다더라. 힘든 상황이지만 다들 소소한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자우수상 수상자 '유도 에이스' 조구함은 수원시청 소속이다. 발열체크,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시청 훈련장, 안전한 환경 속에서 매일 동료들과 땀 흘리고 있다. 여자우수상 수상자 '양궁 신성' 강채영은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 있는 소속팀 현대모비스 아파트와 양궁장을 똑딱똑딱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생활을 하고 있다.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파워를 유지할 수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동네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활 쏘기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 "장거리, 단거리 가리지 않고 줄창 활만 쏘아대는 나날"이라고 근황을 전했다. '신궁 후계자'의 활 다루는 기술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겠다.

코카콜라체육대상 여자신인상을 받은 '배드민턴 천재소녀' 안세영은 '떠돌이 훈련생활'을 이어간다. 실내종목의 고충이다. 체육관이 필요하지만 학교(광주체고)와 실내 체육시설들이 개방하지 않은 까닭에 그날 그날 문 연 곳을 찾아다닌다. 주로 집(아파트) 근처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체력 보강훈련을 하고 있다. 조바심보다는 처음 받은 장기휴가인 만큼 '힐링' 시간으로 활용하자고 생각하고 있다. 안세영은 "다행히 근처에 배드민턴장이 생겨서 문 열었을 때 가끔 사용한다"고 말했다.

사상 첫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따낸 남자럭비 7인제의 서천오 감독은 국군체육부대 소속. 외출, 외박을 전면 금지한 진천선수촌 '감옥' 생활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나날들이다. 서 감독은 이 때문에 서울 대한럭비협회 사무실로 배달된 코카콜라 트로피 구경도 아직 못했다. 부대측의 "절대 움직이지 말라"는 엄명을 따라야 한다. 선수들과 영상통화로 간간이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우수지도자상을 수상한 정정용 전 U-20 축구대표팀 감독(서울 이랜드 감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K리그2가 5월 8일 개막을 확정지으면서 답답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 복귀한다. 개막을 앞두고 경기도 청평에서 서울 이랜드 선수단과 함께 막바지 훈련중이다.

한편 코카콜라체육대상 수상자들의 '슬기로운 격리생활'은 조만간 막을 내릴 전망이다. 5월 11일부터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재입촌이 시작된다. 1차로 재입촌하는 종목은 유도, 레슬링, 가라테, 역도, 펜싱, 배드민턴, 복싱, 탁구, 체조 등 9개 종목 약 360명이다. 1차 재입촌 종목 선수와 지도자들은 11~13일 사흘간 서울과 충북에 있는 병원 4군데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 이어 병원 인근 숙소에 투숙해 격리 상태로 검사 결과를 기다린 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으면 결과지를 들고 선수촌에 들어가 체육회가 마련한 자가격리 프로그램을 이행한다. 이후 종목별 선수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훈련장과 숙소만 이동하도록 통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체육회는 한 번에 입촌하는 선수와 지도자의 규모를 최대 300명으로 제한해 순차적 입촌을 진행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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