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도 남북단일팀, 코리아로 다시 만납시다."
|
|
남과 북은 함께일 때 강했다. 그저 함께 한다는 의미를 넘어 냉정한 경기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보여줬다. 1일 중국과 팽팽한 혈투끝에 은메달을 따낸 여자농구 이문규 대표팀 감독은 남북단일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중국도 단일팀이 이렇게 센 팀이라는 호된 맛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민족이 한팀으로 경기를 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만족한다. 한 민족으로서 민족의 힘을 합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의미 있다. 이런 기회가 또 주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이후에도 지속적인 교류 가능성을 암시했다. "북측에 좋은 선수들이 더 있다고 들었다. 감독 입장에서 시간만 더 주어진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같다"고 했다. 여자농구 주장 임영희 역시 "시간이 좀더 있었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농구팬들에게 '로브론'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북한 에이스 로숙영은 "남과 북이 함께하면 이렇게 결승에도 함께 오를 힘이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라며 웃었다.
최근 답보 상태를 걷고 있는 남북 관계에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일팀의 눈부신 쾌거는 새로운 동력이다. 한민족은 함께 할 때 더욱 질겨지고 더욱 강해진다는 것을 스포츠를 통해 새삼 확인했다. 남북이 함께 할 때 국제무대에서 스포츠 경쟁력은 더욱 강해진다. 침체된 한국 스포츠에 새로운 방향성,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리룡남 북한 내각 부총리가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함께 손을 맞잡고 남북 단일팀을 격려했고, 남북단일팀이 달리는 조정장 농구장 관중석에서 이 총리, 도종환 문화체육부관광부 장관, 김일국 북한 체육상이 함께 환호했다. 남북 고위 인사들이 가슴 벅찬 스포츠 현장에서 수시로 눈을 맞추며 대화를 이어갔다. 도 장관은 "김 체육상과 함께 노를 저으며 '평화를 위해!' 했더니 김 체육상이 '번영을 위해!'"라고 하더라"고 했다.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눌 만큼 신뢰가 쌓였다.
정부는 북측에 2020년 도쿄올림픽 단일팀을 일찌감치 제안했다. 1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적인 교류, 합동 훈련, 공동선발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바흐 IOC 위원장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바흐 위원장에게 2032년 남북 하계올림픽 공동개최도 제안했다. 평창에서 자카르타로, 평양에서 서울로, 스포츠를 통한 평화의 길은 계속 이어진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