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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프리뷰]러시아의 '천재 토끼'들에 도전하는 '거북이' 최다빈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21 05:00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경기가 열렸다. 여자 피겨 최다빈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하고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는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했다.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OAR(러시아) 메드베데바가 화려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1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8)과 알리나 자기토바(15)는 '천재'다.

두 러시아 천재소녀는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2014년 혜성같이 등장한 메드베데바는 주니어그랑프리 2개 대회와 파이널, 이듬해 열린 주니어월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주니어 무대를 휩쓸었다. 시니어 데뷔 후 그는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5~2016시즌에 6개의 국제 대회에 나서 5개의 금메달을 가져갔고, 다음 시즌에는 출전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열린 유럽 챔피언십에서는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세운 세계신기록(228.56점)을 넘는 229.71점을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이어 월드 팀 트로피 대회에서 241.31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최고기록을 또 넘었다.

자기토바도 이에 못지 않다. 지난해 3월 열린 주니어월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주목을 받은 자기토바는 메드베데바가 그랬던 것처럼 시니어 데뷔시즌부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올시즌 5개의 국제대회에 나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지난달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 챔피언십에서는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명성에 부합하는 연기를 펼쳤다. 메드베데바는 11일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나서 역대 최고 점수인 81.06점을 받아 건재를 과시했다. 지난해 10월 오른 발등 미세골절 후유증을 털어냈다. 바통을 이어받은 자기토바는 12일 팀 이벤트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개인 최고 점수인 158.09점을 기록했다. 환상적인 연기로 메드베데바의 '후계자'가 '대항마'임을 확실히 알렸다.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팀 이벤트 경기가 열렸다. 여자 피겨 최다빈은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하고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는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했다. 여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하는 최다빈이 경기를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내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1
21일부터 펼쳐지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두 선수는 의심할 여지없는 금메달 후보다. 둘 중 하나가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 된다. 모든 면에서 라이벌을 압도한다. 러시아 출신의 두 '천재 토끼'들이 뛰어가고 있는 가운데, 천천히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거북이' 도전자가 있다. '한국 여자 싱글의 자존심' 최다빈(19)이다.

최다빈은 메드베데바나, 자기토바처럼 일찍부터 빛을 보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지만 주니어 시절 '쌍두마차'였던 김해진과 박소연에 가렸다. 시니어 데뷔 후에는 유 영 임은수 김예림 '유망주 트로이카'에 밀렸다. 하지만 조금 느렸을 뿐 최다빈은 성장하고 있었다. 그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 2017년이었다. 2017년 2월 ISU 4대륙선수권에서 5위에 오른 최다빈은 같은해 출전한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왕' 김연아도 하지 못한 사상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4월 초 핀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0위에 오르며 한국 여자 싱글에 올림픽 출전권 2장을 안겼다.

하지만 최다빈이 가장 빛나던 순간, 아픔이 찾아왔다. '영원한 서포터'인 어머니가 6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질적인 부상과 부츠 문제까지 겹쳤다. 올림픽을 앞두고 찾아온 혹독한 시련, 최다빈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시련을 극복해냈다. 흔들림없는 연기로 자신이 따낸 평창행 티켓을 거머쥔 최다빈은 묵묵히 평창에서의 반전을 준비했다. 지난달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시즌 베스트를 세우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린 최다빈은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베스트(65.73점)를 세웠다. 하늘의 엄마에게 바친 선물이었다.

최다빈은 이제 생애 가장 큰 무대에서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최다빈은 4조 마지막 순서로 연기한다. 러시아 천재 소녀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언제나처럼 안정적이고 진솔한 연기를 선보일 계획이다. '거북이' 최다빈의 도전을 응원한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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