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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②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에 나태함은 없다, 브레이크맨 무한경쟁 돌입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8-24 20:50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감독.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은 여전히 한국 팬들에게 생소한 종목이다. 기존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종목들은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스케팅 등 얼음 위에서 하는 빙상 종목들이었다. 슬라이딩 종목은 인기도, 인지도도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의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세계랭킹 1, 2위를 다투는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32·강원도청)-서영우(26·경기BS연맹) 조와 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23·강원도청)이 국제대회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팬들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물론 24일 기준 167일밖에 남지 않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봅슬레이에선 원윤종-서영우 조, 스켈레톤에선 윤성빈이 확실한 메달리스트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스포츠조선은 최근 강원도 평창 슬라이딩센터 중턱에 위치한 가건물에 얼음을 얼려 스타트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의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한다.

나태함은 없다

올림픽 개막까지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년간 호흡을 맞춰온 파트너가 바뀐다는 건 큰 도전일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전략을 세운 이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이 감독의 입장이다. 나태함을 방지시키는 것이 이 감독의 또 다른 역할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봅슬레이 2인승의 브레이크맨이 바뀔 수 있다는 루머는 단지 루머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며 "내 마음 속에는 어느 정도 결정이 됐다. 1월 15일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 출전 선수 명단이 제출되는데 그 전까지는 누구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를 지정해놓고 준비할 경우 다른 선수들은 '나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니 대충하자'라는 나태함이 생긴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왼쪽)와 서영우조.
봅슬레이 2인승 브레이크맨 무한경쟁 돌입

변화는 봅슬레이 2인승의 브레이크맨에서 감지되고 있다. 원윤종과 지난 5년간 호흡을 맞춘 서영우가 지난 시즌 부상과 체력저하로 고생하면서 브레이크맨 교체설이 떠올랐다. 때 마침 올림픽을 앞두고 무서운 성장을 하고 있는 경쟁자도 나타났다. 한국 육상 단거리의 간판 여호수아가 지난 3월 봅슬레이로 종목을 전향한 뒤 대표팀 상비군을 거쳐 대표팀에 입성해 맹훈련 중이다. 여호수아는 지난 4월 말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머물렀다. 당시 순발력이 서영우보다 뛰어나지만 썰매를 미는 힘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웨이트 트레이닝 결과 지금은 서영우와 맞먹는 파워를 갖추게 됐다. 이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가장 잘하는 선수를 집중훈련시킬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특혜논란도 발생할 것이다. 논란이 신경 쓰인다는 것 보다 올림픽 전까지 열심히 해서 좋은 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서영우도 "선의의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이런 동기부여를 통해 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윤성빈.
15명으로 쓰는 기적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한국 봅슬레이 쿼터는 기본적으로 네 팀을 예상하고 있다. 2인승 2팀과 4인승 2팀이다. 반면 이 감독의 바람은 최대 5팀이다. 2인승 3팀과 4인승 2팀이다. 한 팀이 더 늘어나면 그만큼 메달 확률이 높아진다. 이 감독은 "최대 5팀이 나가게 되면 총 14명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된다. 그럼 대부분의 선수들이 올림픽을 경험하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확률적으로는 2인승 2팀과 4인승 2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올림픽에서 국가별 봅슬레이 쿼터는 상대평가다. 세계랭킹 1~3위 국가는 2인승, 4인승에서 3팀씩 출전할 수 있다. 4~9위 국가는 2팀씩, 10위부터는 1팀씩 출전할 수 있다. 이 감독은 "한국에서 봅슬레이를 실질적으로 하는 인구는 15명 뿐이다. 선수가 15명밖에 안되는 국가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보는 자체가 획기적이지 않을까"라며 저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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