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창간특집 인터뷰]아빠가 된 '좀비'정찬성 "돈 잘벌어야죠."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7-03-20 22:52


7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 체육관에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정찬성이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07

"행복하게 살기 위해 이긴다."

그저 싸우는 게 좋아서 케이지에 올랐던 파이터가 잠시 공백기를 갖더니 가장이 돼 나타났다. 3년 6개월의 긴 공백을 깨고 두 아이의 아빠가 돼 돌아온 '코리안 좀비' 정찬성(30·코리안좀비MMA, 로러스엔터프라이즈)이 주인공이다.

그의 주먹은 녹슬지 않았다. 정찬성은 지난 2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도요타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04' 메인 이벤트 페더급 경기에서 데니스 버뮤데즈(28·미국)에 1라운드 TKO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지난 2013년 8월 4일 조제 알도(브라질)와의 페더급 타이틀매치에서 경기중 어깨 탈구로 TKO패를 당한 후 수술과 군복무로 3년 6개월간 공백이 있었는데, 그 긴 시간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정확한 타이밍에 한방으로 경기를 끝냈다. 복귀하자마자 페더급 6위에 올라 다음 경기를 이기면 다시 한번 타이틀전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을 했고, 두 딸의 아빠가 됐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고, 더 발전하기 위해 미국 전지훈련에 나선다. 더 성숙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듯 싶다.

한단계 발전하기 위해 로러스엔터프라이즈와 격투기 업계 최고 대우로 매니지먼트 계약을 한 정찬성은 버뮤데즈와의 경기서 승리한 뒤 케이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시국이 지금 어렵다. 대한민국 사람이 한 마음으로 화합해서 이번 만큼은 마음 따뜻하고 강력한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아내 박선영씨와 함께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정찬성은 "8월쯤에 경기를 하고 싶다고 UFC에 전달했다. 제일 강한 선수와 붙게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정찬성을 서울 역삼동 코리안좀비MMA 체육관에서 만났다.

-경기가 끝나고 한달 넘게 지났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미국에 있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준 장모님과 처제들 여행을 보내주고 애들을 봤다. 또 복귀전 준비를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다녔고, 치료와 재활훈련도 했다.

-경기가 1라운드에 끝났는데 치료 받아야 할 곳이 있었나.

탈구됐던 오른쪽 어깨는 꾸준히 관리를 하고 있다. 오른쪽 무릎이 경기를 준비하면서 무리를 해서인지 좋지 않았다. 무릎 내측 인대가 없어 무리를 하면 안 좋아진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재활을 해야한다.

-3년 6개월만에 실전 경기를 했다. 아무리 훈련을 했다고 해도 경기 감각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팬들이 많았는데.

감을 점점 잃어버리는게 문제이긴 했다. 안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올라가서야 예전에 뛰었던 게 실감이 났다. 그래도 오랫동안 경기를 못한 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를 못했기에 더 간절함이 있었고, 그래서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7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 체육관에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정찬성이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07
-항상 화끈하게 KO로 이겨왔고, 이번에도 1라운드에 끝냈다. 원래 빨리 끝내려고 작전을 짰나.

아니다. 원래는 판정까지 간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그동안 마인드가 바뀌었다. 예전엔 무조건 1라운드에 끝낸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는데, 이젠 판정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 1라운드에 KO시킨다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을 땐 끝내지 못하면 당황했다. 그래서 길게 보고 경기를 하는 것으로 바꿨다. 저번 경기처럼 KO가 나오면 좋고….

-KO를 시킨 어퍼컷이 러키펀치란 얘기가 있는데.

나와 경기를 한 선수 중에 내 어퍼컷을 안 맞아본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펀치라는 것이 한발짝 차이로 맞고 안 맞고가 갈린다. 상황이 운 좋게 딱 맞았다. 러키펀치라고 해도 상관없다. 사실 러키펀치로 끝나는 게 KO 아닌가. 그런 말이 있다고 해서 발끈하거나 하지 않는다.

-최두호와 같은 페더급인데, 선배로서 조언을 해줄 게 있을까.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잘한다. 운동을 오랫동안 같이 많이 해봐서 잘 아는데 내가 특별히 얘기할 게 없다. 두호와 내 생각이 같은데, 둘이 챔피언전이 아니면 맞붙을 일은 없을 것 같다. 둘이 붙기 위해선 둘 중 한명이 챔피언이 돼야 한다.

-그동안 가장 큰 변화가 가장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데.

링에 오를 때보단 경기를 준비할 때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예전엔 내가 좋아서 한 격투기였다. 싸우는 게 좋았고, UFC에서 뛰는 것도 좋았고 명예를 얻는 게 좋았다. 이젠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현실적이 됐다고 할까. 돈을 위해서 뛴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7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 체육관에서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인터뷰에 응하고 포즈를 취했다. UFC 페더급에서 활약 중인 정찬성이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체육관에서 포즈를 취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03.07
-가정적인 남편, 아버지인가.

애들한테만 그런 거 같다. 애들 밥먹이고 재우고 목욕시키는 것은 집에 있을 땐 내가 다 한다. 집안일은 쓰레기 버리는 정도? 요리도 못하고 별로 할 줄 아는 게 없다. 경기가 잡혀 준비할 땐 운동에만 몰두한다.

-경기가 몇달에 한번씩 열리는데 훈련을 어떻게 하나.

지금은 마음껏 먹고 하루에 1∼2차례 운동을 한다. 경기 날짜와 상대가 결정되면 2달전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하루 세차례 훈련을 하면서 식단 조절도 한다. 보통 육류 위주로 먹고 저염식을 한다. 이땐 몸이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서 집안일을 할 수가 없다.

-30세가 됐다. 언제까지 격투기를 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5년 정도를 보고 있다. 젊었을 때 몸관리를 너무 못했다. 미국에서 훈련을 해보니 우리나라와는 너무 달랐다. 체계적이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에선 좀 더 과학적이고 효율적이고 체계적이다. 그래서 30대 후반에도 잘 뛰는 외국 선수들이 많은 것 같다. 훈련을 체계적으로 하면서 관리를 잘하면 5년 정도는 좋은 기량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벤 헨더슨과 미국에서 훈련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

4월쯤에 갈 생각이다. 한달 정도 벤 헨더슨과 같이 훈련할 계획이다. 헨더슨은 친하면서 가장 존경하는 선수다. 영상통화나 문자도 자주 하는 사이다. 내가 영어를 잘 못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의사 소통이 되더라.(웃음)

-그동안 경기 중 100점을 주고 싶은 경기가 있었나.

그런 경기는 하나도 없다. 다 뭔가 마음에 안들더라. 특히 이번엔 마지막 펀치 빼고는 원했던대로 된 게 없어서 10점 밖에 안 줬다.

-알도와의 타이틀전이 팬들에겐 아쉬움으로 남는데.

알도와의 게임은 타이틀전이라 판정을 생각하고 준비를 했다. 알도가 경기 후반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초반엔 지더라도 후반에 점수를 딸 계획이었다. 1라운드를 지고 2라운드부터 하려고 했는데 2라운드도 졌다. 3라운드부터 알도의 숨소리가 들리면서 자신감이 생겼는데 어깨가 탈구되며 결국 패고 말았다. 그 경기도 10점 정도 밖에 못주겠다. 생각대로 안 됐으니까.

-한국을 대표하는 격투기 선수인데 책임감을 느끼는지.

한국 대표는 (김)동현이형이 아닌가. 챔피언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그런 위치는 아닌것 같다. 난 그저 행복하게 살기위해 이길 뿐이다.

-다음 경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나.

원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데 얼마전에 UFC쪽에서 언제 뛸 수 있냐고 물어왔다. 난 8월쯤 뛰고 싶다고 했고, 기왕 할거면 챔피언이나 챔피언이 안되면 그 다음으로 센 선수와 하고 싶다고 했다.(정찬성은 UFC에 리카르도 라마스의 의향을 물어봐 달라고 했다. 라마스는 페더급 랭킹 3위로 상위 랭커중 상반기에 시합이 잡혀있지 않다)

-조제 알도와 타이틀전을 하고 3년 7개월이 지났다. 그때의 정찬성과 지금의 정찬성을 비교한다면.

모든 영역에서 실력이 더 늘었다고 생각한다. 그땐 격투기를 모르고 그냥 싸웠던 것 같다. 그때도 내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을 하니 그때보다 지금이 나은 것 같다. 아마 2년쯤 지나면 또 지금이 너무 모자랐다고 생각할 것 같다. 정말 격투기는 계속 배워야 하는 것 같다. 모든 무술이 합쳐져 있는 스포츠라 A라는 종목을 배우고 다른 것을 배우다보면 A종목이 또 발전해서 다시 배워야 한다. 10년을 배웠는데도 아직도 배울 게 더 많은 것 같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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