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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人터뷰②]'반전스케이터'김보름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7-03-20 22:17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세계 1위 김보름이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들고 손하트를 그려보였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16/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차세대 빙상여제'로 떠오른 김보름(24·강원도청). 뛰어난 실력에 빼어난 미모까지 갖췄다. 셀 수 없이 많은 메달도 목에 걸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김보름의 삶, 탄탄대로만 걸어온 듯 보인다.


처음 쇼트트랙 스케이트를 배우기 시작했던 초등학교 시절의 김보름.
사실 그는 '늦깎이 삶'을 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또래보다 5~6년 늦은 시기다.

성적이 좋을 리 만무했다. 환호보단 한숨 쉬는 순간이 많았다. 앞서기보단 뒤처지는 게 익숙한 삶. 학업 성적도 동시에 곤두박질쳤다. '사춘기 소녀' 김보름의 머리는 복잡했다. "선수로서도 학생으로서도 모두 바닥을 쳤다. 운동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 싶었다." 그렇게 빙판과 작별을 떠올렸다.

한데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내가 운동을 관두면 뭘 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온 건 운동뿐인데…."

오기가 생겼다. 그무렵 '대선배' 이승훈(29·대한항공)이 2010년 벤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만m에서 우승한 것도 자극제가 됐다. "그래,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다시 일어서보자."

주변의 반대와 부모님의 만류에도 다시 신은 스케이트화. 얼음판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쇼트트랙과 개념이 완전히 다르고 쓰는 근육과 전술도 달랐다. 늦게 시작하다보니 처음에 정말 힘들었다. '아, 이것도 안되는 건가' 싶더라."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16/
빙판에서 발버둥치던 10대의 김보름은 남모를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 "스피드스케이팅을 하기 위해 고향 대구를 떠나 홀로 서울에 왔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19세였다.


하지만 투정은 사치였다. 벼랑 끝에 서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땐 놀고 싶을 때 놀고 그랬다.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을 하면서 내 생활, 하고 싶은 것들을 모두 버렸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서서히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1년 태극마크를 달고 알마티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은메달을 획득했다.

완만하던 김보름의 빙상 그래프,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했다. 2014년 매스스타트 종목이 정식 도입됐다. 여러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을 16바퀴를 가장 빨리 돌아야 하는 종목이다. 인-아웃 코스를 자유롭게 탈 수 있다는 점에서 쇼트트랙과 흡사한 부분이 있다.


"스포츠조선 창간 27주년을 축하합니다. 평창올림픽 많이 응원해주세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사인지를 들고 미소 지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7.03.16/
큰 시련을 겪었던 쇼트트랙과의 인연, 돌고 돌아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로 다시 만났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가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 내꺼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제대로 된 물을 만났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메달을 손에 넣었다.

김보름은 12일(한국시각)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스피드스케이팅월드컵 파이널 매스스타트에서 8분45초75로 2위를 차지했다. 랭킹 포인트 120점을 더해 총 460점을 기록, 종합 1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선 김보름, 이제 그녀의 눈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향하고 있다. 매스스타트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첫 선을 보인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를 만난 건 행운이다. 이 시기, 이 나이에 도입이 됐다. 그리고 마침 평창올림픽에 포함됐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당연한 메달은 없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다른 선수들도 구슬땀을 흘린다. 빙판에선 수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완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마지막 그의 한마디가 짙은 잔향을 남겼다. "최근 여러 이유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시잖아요. 그런데 포기하지 않으면 때는 분명 오는 것 같아요. 소중한 걸 놓으시려는 분들께 희망을 드리기 위해서라도 저는 최선을 다 할 겁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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