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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정몽준 "블래터와 플라티니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8-18 07:35


ⓒAFPBBNews = News1

'Change avec Chung(정몽준과 함께 변화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64)이 1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샹그릴라 호텔에서 FIFA 회장 출마를 공식 발표하는 순간, 연단에 새겨진 문구다. FIFA 회장직에 도전하며 내건 정 회장의 '캐치프레이즈'다.

정 회장은 블루그레이 재킷과 레드 넥타이 차림으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넥타이에는 브라질, 우루과이 등 세계 각국 대표팀 축구선수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드레스 코드'에서도 정 회장의 출사표인 '변화(Change)'와 '연속성(continuity)', 세계 축구계를 향한 필생의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111년 FIFA 역사에서 첫 비유럽계 회장에 도전하는 정 회장의 출마에 전세계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이날 출마 선언장에는 프랑스와 영미 언론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언론까지 총 50여 명의 취재진이 찾아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정 회장의 화두는 '참신하면서 강도 높은 FIFA 개혁'이었다. 정 회장은 세계 각국의 인사말로 운을 뗐다. 이어 유창한 영어로 출마의 변을 밝혔다. "오늘 이 자리에서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연 그는 "FIFA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려면 FIFA 차기 회장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서도, 조직을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에게 겨눈 칼은 여전했다. 정 회장은 "블래터 회장은 사임을 발표하면서 FIFA의 집행위원회가 개혁을 방해했다고 비난했다. 그 다음에는 대륙 축구 연맹들의 부패를 탓하기도 했다. 하지만 FIFA가 이토록 부패한 조직이 된 진짜 이유는 40년 동안 한 사람이 자기 측근들을 데리고 장기 집권을 했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꼬집었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FIFA를 다시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만들 때"라며 자신이 적임자라고 했다.

정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8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회장과 집행위원회, 사법기구 간의 '견제와 균형' 강화 FIFA 총회를 열린 토론의 장으로 변화 회장직 임기 제한 재정의 투명성 제고 회장의 급여, 보너스, 제반 비용 공개 각국 협회 재정지원프로그램(FAP)을 합리적, 유연한 분배 방식 통해 증대 각급 직위에 여성의 대표성 제고 여자월드컵 상금 상향조정 등을 제시했다. FIFA 개혁과 투명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 회장은 "차기 FIFA 회장은 위기 관리자이자 개혁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정 회장의 가장 큰 라이벌로 평가받는 플라티니 회장은 일찌감치 차기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정 회장은 플라티니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함과 동시에 그의 과오도 냉정하게 짚었다. 정 회장은 "플라티니 회장은 위대한 축구선수였다. 나는 플라티니 회장과 두번 골프를 쳤다. 그의 스윙은 별로였다. 그가 골프 대신 축구를 선택한 것은 행운"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날선 비판을 이어나갔다. 플라티니 회장이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같한 사이였다는 것을 빗대 "플라티니 회장과 블래터 회장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고 했다. "지금에 와서 블래터 회장의 적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라며 "플라티니 회장의 가장 큰 문제는 FIFA 내 부패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정 회장의 출마 선언 소식을 외신들이 앞다퉈 타전했다. 영국 더타임즈는 '당선시 4년만 회장직을 유지하겠다'는 정 회장의 공약에 집중했다. 영국 가디언은 '정 회장의 개혁 의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정 회장의 '블래터와 플라티니는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발언을 타이틀로 뽑았다.

정 회장은 출마 선언과 함께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든다. 차기 FIFA 회장 선거에는 플라티니 회장을 비롯해 브라질의 축구영웅 지쿠,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 축구협회장도 출마가 점쳐진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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