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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4)가 '마성의 프로볼러'로 완벽 변신했다.
웬만한 남자들도 들기 힘든 15파운드 브라운색 볼을 든 신수지가 비장한 표정으로 11번 레인 앞에 섰다. 프로무대에 긴장감 탓인지 데뷔전 첫 프레임에서 예기치 않은 실수가 나왔다. 핀 1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픈프레임으로 끝냈다. 그러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은 2프레임, 강력한 마구가 작렬했다. '스트라이크!' 3프레임엔 7개의 핀을 쓰러뜨린 후 3개의 스페어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매 프레임 차분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스페어를 처리해냈다. 몸이 풀리지 않은 첫 라운드는 147점으로 끝냈다. "체질이야, 완전 잘해" "스페어를 다 잡아내." 신수지의 경기를 기대반 의심반 지켜보던 갤러리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2라운드 1번 레인으로 옮긴 신수지는 괴력을 발휘했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철수한 후 평정심을 되찾았다. 1~4프레임까지 4회 연속 스트라이크를 터뜨렸다. 신수지를 예의주시하던 갤러리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무난히 200점 이상이 예상됐다. 그러나 마지막 프레임, 스페어 처리에 실패하며 198점을 기록했다. '200점 이상'을 작심했던 신수지가 무릎을 치며 아쉬워 했다.
신수지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리듬체조 최고의 선수다. 후배 손연재의 길을 한발 먼저 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6년만에 본선에 진출해 사상 최고 성적인 12위에 올랐다. 올림픽 무대에서 선보인 8번의 백일루션(한발로 몸을 지탱한 채 몸 전체를 360도 회전하는 기술)은 신수지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2011년 전국체전 무대를 마지막으로 정든 매트를 쓸쓸히 떠난 지 4년만에 프로볼러 데뷔전으로 뜨겁게 주목받았다. 어머니 문광해 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 관심의 반만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웃었다. 문씨는 "리듬선수 시절 팔에 모래주머니 2개를 매달고, 리본 2개를 들고 쉴새없이 돌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볼링에서 필요한 팔의 힘은 거기서 나온 것같다"고 귀띔했다. 1분 30초동안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리듬체조 종목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사실상 엄청난 파워를 필요로 한다. 특히 뛰고 구르고 날아오르며 6m 리본이 꼬이지 않게 쉴새없이 돌려야 하는 리본 종목은 신수지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했던 주종목이었다.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였던 신수지의 열정과 노력은 은퇴 후에도 계속됐다. 연습 라운드 때 10프레임 중 9개의 스트라이크, 289점의 개인 최고점을 찍을 만큼 재능을 보였다.
신수지 프로의 데뷔전 첫 목표는 50위권 진입이다. 정 코치는 "일단 첫 대회 목표는 50위권으로 잡고 있다. 대회를 2~3개 나가면서 경기운영 능력이 축적되면 40위권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올해 안에 상위 20% 진입을 목표를 이루면 이후 내년에는 15위 이상의 최상위권까지 바라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마성의 프로볼러' 신수지 데뷔전 최종 순위는 이날 8라운드 경기에 이어 5일 오전 8라운드가 모두 끝난 후 결정된다.
공릉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