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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마성의 프로볼러'신수지 데뷔전 직접 보니...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03-04 17:11 | 최종수정 2015-03-05 07:37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가 프로볼러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3일 오후 서울공릉볼링장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인 '2015 로드필드·아마존수족관컵 SBS 프로볼링대회에서 신수지가 연습을 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3.03.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4)가 '마성의 프로볼러'로 완벽 변신했다.

신수지는 4일 오후 2시 서울 공릉동 공릉볼링센터에서 펼쳐진 2015년 로드필드 아마존수족관 SBS프로볼링대회에서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해 2월 프로볼러 도전을 선언한지 1년여만에 꿈을 이뤘다.

수십 명의 취재진이 운집한 가운데 신수지는 "첫 대회인 만큼 성적이나 입상에 쫓기고 싶지는 않다. 즐기겠다"고 했다. "대회를 앞두고 파워를 높이기 위해 14파운드(6.4㎏)에서 15파운드(6.8㎏)로 볼의 중량을 늘렸다. 하체 웨이트 트레닝도 열심히 했다"며 웃었다.

웬만한 남자들도 들기 힘든 15파운드 브라운색 볼을 든 신수지가 비장한 표정으로 11번 레인 앞에 섰다. 프로무대에 긴장감 탓인지 데뷔전 첫 프레임에서 예기치 않은 실수가 나왔다. 핀 1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오픈프레임으로 끝냈다. 그러나 위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은 2프레임, 강력한 마구가 작렬했다. '스트라이크!' 3프레임엔 7개의 핀을 쓰러뜨린 후 3개의 스페어를 완벽하게 처리했다. 매 프레임 차분한 표정으로 침착하게 스페어를 처리해냈다. 몸이 풀리지 않은 첫 라운드는 147점으로 끝냈다. "체질이야, 완전 잘해" "스페어를 다 잡아내." 신수지의 경기를 기대반 의심반 지켜보던 갤러리들 사이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2라운드 1번 레인으로 옮긴 신수지는 괴력을 발휘했다. 취재진의 카메라가 철수한 후 평정심을 되찾았다. 1~4프레임까지 4회 연속 스트라이크를 터뜨렸다. 신수지를 예의주시하던 갤러리들이 큰 박수를 보냈다. 무난히 200점 이상이 예상됐다. 그러나 마지막 프레임, 스페어 처리에 실패하며 198점을 기록했다. '200점 이상'을 작심했던 신수지가 무릎을 치며 아쉬워 했다.

신수지는 지난 2월 이후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볼링 훈련장에서 매일 5시간 이상의 실전 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해왔다. 지난해 11월 프로 테스트에서 188점(기준점 185점)으로 합격한 후 데뷔전을 위해 맹훈련을 이어왔다. 박경신 프로와 함께 신수지의 프로 입문을 이끈 정종호 코치(J볼링스쿨 대표)는 지난 1년간의 피나는 노력을 이야기했다."리듬체조 최고의 선수였기 때문에 볼링도 당연히 잘 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현재의 점수만을 보지만 1년만에 여기까지 오기까지 신수지 본인의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고 했다. 리듬체조에 미쳤던 신수지는 볼링에 미쳤다. "일반 선수들이 하루 5~6게임을 친다. 수지는 매일 30게임의 훈련량을 소화했다. 다른 선수들의 4~5년치 훈련량을 1년만에 해냈다고 보면 된다. 방송 스케줄이 끝나면 밤 12시, 새벽 3시에도 와서 훈련량을 반드시 채우고 갔다"고 했다.

신수지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리듬체조 최고의 선수다. 후배 손연재의 길을 한발 먼저 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16년만에 본선에 진출해 사상 최고 성적인 12위에 올랐다. 올림픽 무대에서 선보인 8번의 백일루션(한발로 몸을 지탱한 채 몸 전체를 360도 회전하는 기술)은 신수지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2011년 전국체전 무대를 마지막으로 정든 매트를 쓸쓸히 떠난 지 4년만에 프로볼러 데뷔전으로 뜨겁게 주목받았다. 어머니 문광해 씨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 관심의 반만 있었더라면 어땠을까"라며 웃었다. 문씨는 "리듬선수 시절 팔에 모래주머니 2개를 매달고, 리본 2개를 들고 쉴새없이 돌리는 훈련을 반복했다. 볼링에서 필요한 팔의 힘은 거기서 나온 것같다"고 귀띔했다. 1분 30초동안 혼신의 연기를 펼치는 리듬체조 종목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름답고 우아하지만 사실상 엄청난 파워를 필요로 한다. 특히 뛰고 구르고 날아오르며 6m 리본이 꼬이지 않게 쉴새없이 돌려야 하는 리본 종목은 신수지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했던 주종목이었다. 현역 시절 아시아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였던 신수지의 열정과 노력은 은퇴 후에도 계속됐다. 연습 라운드 때 10프레임 중 9개의 스트라이크, 289점의 개인 최고점을 찍을 만큼 재능을 보였다.


신수지 프로의 데뷔전 첫 목표는 50위권 진입이다. 정 코치는 "일단 첫 대회 목표는 50위권으로 잡고 있다. 대회를 2~3개 나가면서 경기운영 능력이 축적되면 40위권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올해 안에 상위 20% 진입을 목표를 이루면 이후 내년에는 15위 이상의 최상위권까지 바라볼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마성의 프로볼러' 신수지 데뷔전 최종 순위는 이날 8라운드 경기에 이어 5일 오전 8라운드가 모두 끝난 후 결정된다.
공릉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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