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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종(30·삼성에스원)은 당차다.
사실 이번 올림픽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작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선발전에서 0대9, 0대10 선수생활동안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참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인종은 "올림픽 선발전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했다. 항상 경기장에 와주셨던 부모님도 '이제 그만할때가 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마음을 비운 것이 오히려 주효했다. 그녀는 "최종전 전날까지 '엄마 이제 마지막 시합이야'라고 했다. 그런데 덜컥 됐다. 마음을 비웠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웃었다.
태권도만 생각하고 산 20년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초등학교 4학년때 도장에 처음간 이인종에게 태권도는 운명이었다. 금방 재미를 붙인 이인종은 태권도팀이 있는 고양중학교로 진학하며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고3때 대표팀에 발탁되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선수생활의 마지막에 도달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태권도가 좋단다. 이인종은 "나는 태권도가 너무 좋다. 그런데 체력훈련할때는 너무 힘들다. 그래도 태권도를 잘하기 위한 과정이니까 감수하는거다"고 했다.
그러나 첫 올림픽은 역시 쉽지 않았다. 이인종은 12일(한국시각) 여자 67㎏초과급 8강에서 패한 뒤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나섰다. 하지만 아나스타샤 바리시니코바(러시아)에게 연장 접전 끝에 6대7로 져 결국 빈손으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그녀는 "메달을 못 따 아쉽다"며 금새 눈시울을 붉혔다. 이인종은 "경기가 끝나 시원하다. 하지만 시원한 물 한잔이 아니라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신 듯한 기분"이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래도 특유의 긍정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이 태권도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오늘 하루가 이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과정이 안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은 또 즐거운 일이 있을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서른 살 잔치는 없었다. 그러나 '3전4기' 쓰러지지 않고 올림픽 꿈을 꾸었던 이인종의 투혼이야 말로 진정한 올림픽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