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배구의 런던올림픽 8강 진출은 배구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달성한 쾌거였다.
협회는 본선에서 대표팀의 1일 훈련비를 대기도 빠듯하다. 농협중앙회로부터 받은 2억원 중 1억2000만원을 대표팀 선수들의 1일 수당으로 책정해 놓았다. 이미 8000만원은 허비했다. 7월 중순 출정식의 명목이었다. 기업 후원이 없으면 선수들에게 수당조차 챙겨주기 힘든 협회 재정을 고려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행사였다. 협회는 이제 메달 포상금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협회의 즉흥 행정은 발빠르게 포상금을 정해놓은 타 종목들과 비교가 되도 너무 된다. 축구의 경우 4월 대한축구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런던올림픽 본선 성적에 따른 포상 금액을 확정했다. 4강 진출시 감독에게 6000만원이 돌아가고, 선수들은 4개 등급으로 나뉘어 2500만~4000만원 등 총액 8억8500만원을 받게 된다. 메달을 따게 되면 포상금은 급격하게 인상된다. 메달 색깔에 따라 6억~10억원의 인상폭이 기다리고 있다. 동메달을 목에 걸 경우 15억200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은메달을 따면 이보다 6억원이 많은 21억4000만원, 금메달을 차지하게 되면 31억3000만원이 포상금으로 지급된다. 메달색깔에 따라 A등급에 해당되는 선수들은 7000만~1억5000만원까지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최소 7000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배구 꿈나무들로 구성된 '어게인 1976' 응원단과 함께 런던을 찾은 협회의 한 전무이사는 겨우 5000달러(약 560만원)를 격려금으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없는 살림에 격려금이라도 챙겨준 것에 기뻐해야 했을까. 아니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사기는 오히려 더 땅에 떨어졌다.
돈을 떠나서 배구인들의 무관심이 선수들의 사기를 더욱 저하시키고 있다. 배구 관계자들은 한국이 '죽음의 조'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코칭스태프에게 한통의 축하와 격려 문자도 보내지 않았다. 목표인 8강을 달성했으니 '할 만큼 했다'라는 뜻일까. '메달을 딴 뒤 축하를 건네겠다'라는 의미일까. 협회와 배구인들에게 묻고 싶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