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양학선은 역시 강심장이었다. 쾌재를 불렀다. "내가 준비해온 거 다 쓸 수 있게 제발 16.266점을 넘어라"고 기도했단다. 진검승부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금메달이 아닌 도전적인 금메달을 원했다. 세상에 없던 난도 7.4 자신의 이름을 딴 '양학선'을 올림픽 무대에서 반드시 성공시켜보이고 싶었다. 1차시기, 완벽하게 세바퀴반을 돌아냈지만 착지가 흔들리며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7.4점의 원천기술의 힘은 워낙 강력했다. 난도점수 7.4점, 실시점수 9.066점. 전광판에 16.466점이 찍혔다.
2차 시기는 '스카라 트리플(손짚고 옆돌아 몸을 펴고 세바퀴 비틀기, 난도 7.0)'이다. 광주체고 시절 은사 오상봉 감독 아래 마스터한 익숙한 기술이다. 눈감고도 할 만큼 혹독하게 연습을 거듭했다. 한치의 오차없이 완벽하게 꽂아냈다. 포디움이 뜨거운 박수소리로 넘쳐났다.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고 했다. 이호식 기술위원장이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클린 연기"였다고 극찬했다. 실시점수 9.6점, 무려 16.600점을 받아냈다. 평균 점수 16.533점의 양학선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박종훈(1988년 서울올림픽 동메달), 유옥렬(1992년 바르셀로나 동메달), 여홍철(1996년 애틀란타 은메달) 등 이 종목의 걸출한 선배들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뤘다. 1960년 로마부터 2008년 베이징까지 총 13차례 올림픽에서 은4, 동4에 그쳤던 한국 체조 50년 '노골드'의 한을 마침내 풀어냈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