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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스승이자, 친구이자, 제 인생의 파트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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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개막식 직후 8개 코트에서 동시에 초,중, 고등부 시도 대항전이 시작됐다. 남자복식, 여자복식 혼합복식 3개조의 경기결과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단체전 방식이다.
1코트 초등부 첫 경기에서 '붕어빵'처럼 빼닮은 남자 복식조가 단연 눈에 띄었다. 날렵하게 날아오르는 작은 체구의 남학생, 플레이가 범상치 않다. 센스 있는 네트플레이, 뜻밖의 파워풀한 스매싱에 관중들의 시선이 꽂혔다. 듬직한 남자 선생님은 제자의 플레이를 독려하며 든든하게 뒤를 받쳤다. 실수엔 "괜찮아, 잘했어", 좋은 플레이엔 "나이스! 아주 좋아!"라는 격려와 함께 제자의 머리를 연신 쓰다듬었다.
7코트에서 펼쳐진 고등부 경기는 양상이 달랐다. 우월한 신체조건과 뛰어난 기량을 갖춘 남학생 선수가 선생님의 뒤를 받쳤다. 수비땐 선생님의 몫까지 한발 더 움직였고, 공격 땐 '강한' 학생이 '약한' 상대팀 선생님의 빈 공간을 노렸다. 파워 스매싱으로 시선을 끈 경남팀의 에이스 홍주형군(19·경남체고)은 자신을 남자유도 73㎏급 선수라고 소개했다. "졸업을 앞두고 선생님과 마지막 추억을 만들기 위해 출전했다"며 웃었다. "3년 내내 운동만 했지 정작 선생님과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배드민턴을 통해 선생님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초등부에선 '강선생님 부자'가 속한 서울팀이 1위에 올랐다. 중등부에선 충북팀이, 고등부에선 '유도선수 홍군'이 분전한 경남팀이 우승 트로피를 가져갔다. 약속대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을 받아안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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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흘린 땀방울 '소통의 셔틀콕'
이날 충남 합덕중의 김준호군(16)은 교내 스포츠클럽 배드민턴부를 지도하는 김준겸 체육선생님(33)과 환상의 호흡을 뽐냈다. 경기후 선생님은 애제자에게 먼저 물을 건넸고,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을 손수 닦아줬다. 훈훈한 풍경이었다. 선생님과의 호흡을 묻자, 김군은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이었다. "선생님은 내게 친구이자, 스승이자, 파트너"라고 했다. "우리학교는 전교생이 134명인 작은 학교인데, 40명이 배드민턴부에서 활동한다. 선생님과 배드민턴을 하면서 모든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만큼 친해졌다"고 덧붙였다.
'셔틀콕'을 통해 스승과 제자는 하나가 됐다. 대회를 주최한 조보성 전국교직원배드민턴연합회 회장(광희중 교사) 역시 "학교 폭력, 소통의 문제 등이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배드민턴을 통해 아름다운 사제의 정을 나누는 자리는 뜻깊었다"고 자평했다. 공식후원사인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 역시 사제동행 대회에 같한 의미를 부여했다. "스승과 제자가 함께 흘린 땀방울은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는 소중한 소통과 이해의 결실"이라고 규정하면서 "건강한 교육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더 건강해져야 한다. 교직원배드민턴 대회와 사제동행 대회가 좀더 활성화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전국교직원배드민턴연합회는 배드민턴을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직접 만든 자발적인 단체다. 스승과 제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눈높이'를 맞추고 '손발'을 맞췄다. 셔틀콕을 통한 정과 행복을 제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선생님들의 소망이 마침내 이뤄졌다.
층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