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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올림픽, 19세 소년은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수영사에 전무후무한 '기적'이자 '쾌거'였다. 올림픽 챔피언의 영광에 만족하며 그럭저럭 편안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꿈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3년간 쉼없이 물살을 갈랐다. 혹독한 시련과 짜릿한 부활을 경험하며 독하게 정상을 지켜냈다. 1등은 하는 것보다 지키기가 어렵다. 우월한 신체조건을 갖춘 쟁쟁한 라이벌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심지어 변명의 여지 없는 기록경기다. "4년 전에 비해 가장 달라진 점은 '나이'다. 회복능력이 예전같지 않다"며 웃었다. 나이는 늘어나도 기록은 줄어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의 해, 스물셋의 청년 박태환(단국대)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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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박태환은 수영장 안팎에서 부쩍 성장했다. 자신을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SK텔레콤 박태환 전담팀 스태프들과 '런던행 파트너' 이현승(25·미국 컬럼비아대)에게 수시로 고마움을 표한다.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 "올림픽 챔피언으로서 부담감이 크지만 심리적인 부분은 강한 훈련으로 떨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부활했고,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기어이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생활의 피날레가 될 런던에서 깨야 할 것은 펠프스도, 쑨양도 아니다. 오직 세계최고기록만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 세계최고기록을 깬 적이 없다. 상하이에서도 내심 기대를 많이 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아쉬움이 남았으니 오히려 좋은 타이밍"이라고 해석했다.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하면 메달색은 따라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400m의 레전드' 신화의 완성
박태환의 주종목은 자유형 400m다. 지난 7월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세계기록 보유자' 파울 비더만(독일) '무서운 신예' 쑨양(중국) 등 라이벌들을 제치고 3분 42초04의 기록으로 '1번 레인의 기적'을 일궜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헤드셋엔 직접 새긴 '400m의 레전드'라는 영문이 선명했다. 런던올림픽은 '레전드의 종결편'이 될 전망이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3분41초53이다. 지난 11월 쑨양은 중국 국내대회에서 3분40초29의 아시아최고기록을 수립했다. 박태환은 400m 라이벌 쑨양에 대해 "(1m98의)신체조건, 나이 등 객관적인 조건면에서 앞선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평가하면서도 "쑨양에게 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이기는 습관은 중요한다. 이기는 방법도 이미 알고 있다. 상하이에서 입증했듯 0.6초대의 용수철 스타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후 돌핀킥, 잠영, 턴이 숙제다. 1차 전훈에서 하루도 잠영 훈련을 빼먹지 않았다. 골반 유연성을 끌어올리는 훈련에 몰입했고,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펠프스, 록티, 비더만 등 세계 수영계 별들의 잔치인 자유형 200m도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 후 잠영에서 상대의 허리까지 따라잡고, 초반 100m를 50초대에 들어오면 승산이 있다" "무조건 잠영거리를 늘리기보다는 잠영의 스피드가 중요하다" 등 구체적인 전략이 머릿속에 빼곡했다. 뛰어난 전략가인 박태환은 스스로 가야할 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4일 2차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 브리즈번으로 출국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