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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준(30·코오롱)은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약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허위 금지약물 투여 제보를 한 육상인 앞에서 보란듯이 잘 뛰고 싶었다.
지영준은 출전을 고집했다고 한다. 아픈 데도 대표팀에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지영준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이끈 정만화 대표팀 감독은 지영준의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정 감독은 "아쉽지만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번이 안 된다면 내년 런던올림픽을 노려보자. 그때 보여주면 된다"며 지영준을 다독였다.
허벅지 근육통은 지난 4월부터 지영준을 계속 괴롭혔다. 최근 훈련지인 강원도 양구에서 40km를 뛰었는데 여전히 근육통이 왔다. 차일피일 미룰 수가 없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끝까지 기다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도 아픈데 경기 당일(9월4일) 아프지 말란 법이 없었다. 지영준이 포기하지 않으면 대표팀 후배들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지영준은 지난해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우승 이후 올해 한 번도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지 못했다. 6월에는 경찰의 마라톤 선수 금지약물 투여 수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 수사는 결국 무혐의로 종결됐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