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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파리'배동현 선수단장"장애인체육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건 제자신"[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3-02-27 14:36


'평창→파리'배동현 선수단장"장애인체육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건 제자신"[…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5년 전 2018년 3월 평창패럴림픽 현장, 장애인 국가대표들이 너나할것없이 엄지를 치켜세우는 30대 선수단장이 있었다. 그는 패럴림픽 3년 전인 2015년 노르딕스키 실업팀을 창단해 아낌없는 지원으로 '철인' 신의현의 사상 첫 금메달을 이끌었고, 평창패럴림픽 기간 내내 선수단장으로서 진심을 다해 선수들을 지원했다. 설원과 빙판에서 목이 터져라 선수들의 이름을 외쳤고, 인간 한계를 넘어선 메달 현장에선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개인 금메달 1억원, 단체 금메달 3억원의 포상금으로 선수단 사기를 북돋웠고, 선수들에겐 깜짝 이어폰을, 관중들에겐 '반다비' 인형을 선물했고, 선수촌 방방마다 꽃과 향초로 삭막한 분위기를 밝혔다.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낸 역대 최고의 평창패럴림픽만큼 선수단장의 마음 또한 '역대급'이었다. 해단식날 선수단을 향해 "선수 여러분 사랑합니다!"라는 한마디와 함께 큰절을 올린 '청년 CEO' 단장님의 스토리는 이후로도 두고두고 장애인체육계에서 미담으로 회자됐다.


'평창→파리'배동현 선수단장"장애인체육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건 제자신"[…
평창패럴림픽 현장에서 선수단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는 배동현 선수단장. 사진=스포츠조선 DB
그리고 27일 그날의 그 단장님이 다시 돌아왔다.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이천장애인국가대표선수촌에서 '평창패럴림픽 선수단장' 배동현 창성건설 총괄부회장을 2024년 파리패럴림픽 단장으로 선임했다. 올림픽·패럴림픽을 통틀어 동·하계 단장을 모두 역임한 이는 배 단장이 최초다. 2024년 파리패럴림픽은 내년 8월 28일부터 9월 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며 한국은 15개 종목 150여 명 선수단 파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세심한 지원을 위해 1년 반 전에 단장 선임을 단행했다. 배 단장은 "올림픽에선 영웅이 탄생하고, 패럴림픽엔 영웅이 출전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 영웅'들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평창→파리'배동현 선수단장"장애인체육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건 제자신"[…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왼쪽)과 배동현 BDH재단이사장이 MOU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이날 대한장애인체육회는 배 단장이 장애인체육 발전을 위해 직접 설립한 BDH재단과 업무협약도 맺었다. 2025년 IPC 정기총회 유치 및 성공 개최를 위한 후원 2023년 IPC 선수 포럼 및 집행위원회의 개최 글로벌 ODA(공적개발원조) 지원 사업 등을 약속했다. 올 3월엔 창성건설 사격실업팀도 출범한다. 6월엔 국내 최초로 전세계 15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IPC 선수 포럼과 IPC 집행위원회 개최도 후원한다.


'평창→파리'배동현 선수단장"장애인체육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건 제자신"[…
1996년 애틀란타패럴림픽 이후 28년 만에 파리패럴림픽 티켓을 따낸 여자골볼 대표팀 정은선 감독(왼쪽에서 세번째)과 주장 김희진(왼쪽에서 두 번째)이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배동현 파리패럴림픽 선수단장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11년 전 문체부 장애인체육과장으로 일하던 당시 배 단장과의 첫 인연을 소개했다. "제가 장애인체육계에 몸 담은 지 37년째인데 기업에 늘 도와달라고 먼저 요청하곤 한다. 제게 먼저 찾아오신 분은 배동현 회장님이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2012년 광화문에서 처음 만났을 때 장애인노르딕스키연맹을 만들어 지원하고 싶다 하셨고 이후 10년이 넘게 한결같이 함께 해오셨다. 이번에도 파리 선수단장을 수락해주시고, 재단을 설립해 개발도상국을 위한 ODA 사업과 함께 2025년 IPC총회 개최도 도와주기로 하셨다"며 감사를 전했다.

배 단장은 장애인체육을 향한 한결같은 애정을 표했다. "평창에서 선수들과 함께 했던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아버지(배창환 창성그룹 회장)가 비장애인 바이애슬론연맹 회장을 하셨다. 장애인 쪽으로 일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해서 2012년 정 회장님을 찾아갔다. 그때만 해도 선수단장을 하고, 재단을 설립하고, 여기까지 오게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털어놨다. "기업의 사회공헌처럼 큰 차원에서 봐주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사실 이 일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장애인체육과 함께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 제가 너무 좋아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역시 패럴림픽의 존재도 잘 알지 못했다. 장애인체육을 경험하면서 배우고 느낀 게 너무 많다. 지인들도 자녀와 함께 장애인체육을 함께 즐기고 멋진 경기에 감동하고 간다"고 했다. "장애인체육 일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건 제 자신이다. 가족들도 제가 장애인 체육 일을 하는 걸 정말 좋아하고 지지해 준다. 아내가 제일 좋아한다. 평창 때 세 살이었던 딸은 패럴림픽의 팬이 됐다. '최고의 선물'이다. 장애인체육 관련 일이라면 언제든 할 생각"이라며마음을 표현했다. "2018년 평창 선수단장을 하면서 선수들이 행복한 운동 환경 속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하기 바랐고, 신의현 선수가 금메달을 따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바뀌는 것도 체감했다"면서 "내년 파리에서도 우리 선수들이 행복한 환경에서 마음껏 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장애인체육과의 동행, 10년 후 미래는 어떨까라는 질문에 배 단장은 "11년 전 여기까지 올 줄 몰랐던 것처럼 진심을 다해 일하다 보면 더 좋은 일,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먼 미래를 보고 일한다기보다 내년 있을 파리패럴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기운찬 출사표와 함께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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