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림운동회가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스태킹 릴레이를 진행하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1.05/
"그냥 친구죠."
장애-비장애 학생들의 눈에선 서로의 '다름'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같은 반에서 함께 공부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운동하는 '벗'이었다. 장애의 벽을 허물고, 서울에서 숲처럼 어우러질 '모두의 운동회', 장애학생체육페스티벌 '2022 서울림 운동회'의 풍경이었다.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서울 하늘 아래 '하나'가 됐다. 지난 5일 서울 잠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체육관에선 '장애학생체육페스티벌 2022 서울림운동회(주최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스포츠조선/후원 서울특별시, 서울특별시교육청,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장애인체육회/협찬 SK텔레콤, 휠라코리아, 엘로엘, 코웨이, 릴리어스, 노이펠리체, 스포파크, SK나이츠, FC서울, LG트윈스)가 펼쳐졌다.
'여기, 지금, 우리 함께-Breaking Down Barriers(장벽을 허물며)'를 슬로건 삼은 서울림운동회는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시에서 올해 처음 시도한 '통합체육' 운동회다.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 동행과 공존, 통합의 의미를 되새긴 '서울림 운동회'엔 서울시 관내 20개 중고교에서 총 179명의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참여했다.
지난 5개월간 교내 서울림 통합스포츠클럽에서 4개의 정식종목(농구 골밑 슛 릴레이, 빅발리볼, 스태킹 릴레이, 단체줄넘기) 중 2개를 택해 손발을 맞춰온 20개교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화합종목(큰공굴리기, 빈백농구, 단체릴레이 등), '드림패럴림픽' 체험종목(보치아, 쇼다운, 휠체어배드민턴 등)도 함께 즐겼다.
2022 서울림운동회가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단체줄넘기 경기가 펼쳐지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1.05/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2 서울림운동회가 열렸다. 은평고 강애경 선생님이 학생들의 경기를 돕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5/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2 서울림운동회가 열렸다. 은평고 강애경 선생님이 학생들의 경기를 돕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5/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2 서울림운동회가 열렸다. 농구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5/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2 서울림운동회가 열렸다. 단체줄넘기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5/
화합종목으로 몸을 푼 학생들은 순위를 정하는 정식종목에 돌입하자 눈빛이 달라졌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이내 티셔츠를 흠뻑 적실 정도였다. '마의 종목'은 단체줄넘기(6명)였다. 2명이 줄을 돌리고, 4명이 뛰는 종목에서 1분씩 2차례 기회가 주어졌는데 체력이 고갈된 학생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문제 없었다. 힘들어 넘어져도 나머지 학생들이 "괜찮아. 다시 하자"를 외치며 친구들을 일으켰다. 체력이 다한 학생도 친구들과 교사들의 응원에 입술을 깨물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이기는 것은 어렵다'는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베이브 루스의 명언이 '서울림' 코트 위에 나부꼈다.
또 다른 감동은 '스태킹 릴레이'에서 피어났다. 특수제작된 큰 컵을 빠르게 3단계로 쌓아올린 뒤 반환점을 돌아 다시 포개는 종목에서 한 장애 학생은 스피드보다 정교함에 초점을 맞췄다. 순위 싸움을 위해선 "빨리!"를 외쳐야 하는 상황. 그러나 아무도 "빨리!"라는 단어를 내뱉지 않았다. 오히려 "늦어도 괜찮아. 할 수 있어. 끝까지! 포기하지마"라며 박수를 보냈다. 결국 이 장애 학생은 끝까지 자신의 몫을 다하는 집념을 보였다.
2022 서울림운동회가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1.05/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2 서울림운동회가 열렸다. 김병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시상을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5/
2022 서울림운동회가 5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2관왕에 오른 방원중학교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잠실학생체=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2.11.05/
지난 4~5개월의 연습을 통해 실전에서 독보적인 실력을 뽐낸 학교도 있었다. 방원중학교였다. 방원중은 농구 릴레이와 스태킹 릴레이에서 2관왕에 올랐다. '30대 여교사 짝꿍' 김련구 방원중 특수교사와 김예나 체육교사는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서울림 운동회를 준비하면서 많이 밝아졌다. 주도적으로 변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김련구 특수교사는 "비장애 학생들이 농구를 못하는 저를 대신해 장애 학생들에게 방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더라. 천천히 발전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진심으로 기뻐하고 응원해주는 모습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단체줄넘기 고등부 1위를 차지한 문정고 이하림 특수교사는 "서울림운동회를 준비하면서 같은 반 친구들끼리 더 챙겨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모두 신났다"고 귀띔했다. 스태킹 릴레이 고등부 1위를 한 효문고 조철웅군은 "고3이라 현장실습을 다녀와 연습시간이 3주밖에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하면 '함께' 하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며 웃었다.
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22 서울림운동회가 열렸다. 스태킹릴레이에서 김예나 방원중 체육교사가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2.11.5/
함께 달리다보니 어느새 장애-비장애학생들은 격의 없는 친구가 됐다. 동명여고 김이안양은 "학교에서 장애를 가진 친구들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얘기를 많이 했고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줬다. 결과와 상관없이 후회없이 달렸다"고 말했다.
'환한 웃음'으로 시작해 '뿌듯함'으로 마무리된 운동회. 선생님도 아이들도 함께 웃었다. '2관왕' 방원중 김련구 특수교사의 한마디는 깊은 울림을 남겼다. "1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이렇게 설레고 신나고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모습을 처음 봤다. 결과야 어떻든 과정이 즐거웠으니 '우린 이미 최고'라는 생각으로 나왔는데, 결과까지 좋아 정말 날아갈 듯 기쁘다. 앞으로 교직 생활 내내 추억할 멋진 일이 생겼다. 서울림운동회는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어울림으로 다가왔다." 김진회, 김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