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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혼의 삐약이' 신유빈(대한항공·세계 34위)이 돌아왔다. 부상을 딛고 출전한 WTT 콘텐더 대회 첫 2관왕에 우뚝 섰다.
결승전 초반 신유빈은 파죽지세였다. 1게임을 11-6으로 가볍게 따냈다. 2게임 양샤오신의 반격에 4-8로 밀렸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강력한 포어드라이브로 8-8, 타이를 만들었고, 이어 2점을 내줬지만 또다시 상대 서브에서 포어드라이브 잇달아 성공하며 10-10 듀스게임에 돌입했다. 영리한 코스 공략으로 11-10, 게임포인트를 먼저 잡았고, 초구를 포어드라이브로 받아치며 12-10, 게임스코어 2-0을 이뤄냈다.
"레전드 유남규 이후 최연소, 17세 영 코리안(Young Korean)의 슈퍼플레이"라는 현지 해설진의 찬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세계 14위 양샤오신도 만만치 않았다. 4게임 이후 '베테랑' 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3-3에서 7-7까지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고, 신유빈은 7-10으로 먼저 게임포인트를 내줬지만 엣지의 행운이 따르며 9-10, 10-10까지 따라붙었다. 10-12로 첫 게임을 내줬다.
5게임을 9-11, 6게임을 6-11로 내주며 게임 스코어 3-3, 승부는 마지막 7게임으로 돌입했다. 초반 양샤오신에게 내리 3점을 내줬지만 신유빈은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의 백플립 미스로 3-3까지 따라붙었다. 야심한 밤 5000여 명의 탁구팬들이 생중계를 지켜보며 "삐약이 화이팅" "신유빈 힘내라"라는 실시간 댓글로 응원했다. 백드라이브가 잇달아 위로 뜨며 3-5로 밀렸지만 다시 2점을 따내며 5-5까지 따라붙었고 포어드라이브 맞대결을 이겨내며 6-5로 승부를 뒤집었다. 포기를 모르는 뒷심이 살아나며 9-6까지 앞서나갔고 강력한 포어드라이브로 챔피언십 포인트를 따냈다. 마지막 드라이브가 작렬하며 11-6, 게임스코어 4대3, 감격적인 우승을 일군 후 신유빈이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짜릿한 우승이었다.
신유빈이 부상 시련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에서 눈부신 성장을 입증하며 '삐약이'라는 애칭과 함께 국민적 사랑을 한몸에 받은 신유빈에게 올 시즌은 시련이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이후 피로골절로 인한 오른쪽 손목 부상에 시달렸다. 부상으로 인해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올해 초 손목에 핀을 박는 시술을 한 후 긴 재활 끝에 국제대회에 나섰지만 9월 오만, 카자스흐탄 대회에서 손목 통증이 재발하며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9월 말 손목 뼛조각 제거 수술을 했고, 한 달여의 재활 끝에 나선 이번 대회는 신유빈에게 간절하고도 신명나는 무대였다. 경기가 곧 실전훈련이었고, 매 경기 성장을 거듭했다. 대회 2관왕에 오르며 보란 듯이 건재를 과시했다. '삐약이' 신유빈의 귀환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