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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술 장착, 이제 다시 시작" '서른즈음 '양학선의 끝없는 도전[진심인터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2-04-07 16:12 | 최종수정 2022-04-08 07:30



'도마의 신' 양학선(30·수원시청)이 또다시 도전에 나선다.

양학선은 10일 강원도 홍천실내종합체육관에서 펼쳐질 2022년 국제대회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올해, 국제체조연맹(FIG) 채점규정이 바뀐다. 2022~2024년 남자체조 채점규정(Code of Point)에 따르면 도마 종목의 변화가 크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양학선은 '로페즈(난도 5.6,손 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 일명 스카하라트리플)'과 '양학선(난도 6.0, 도마 앞 짚고 몸펴 앞공중 돌며 3바퀴 비틀기)' 기술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양학선을 멘토 삼은 신재환(24·제천시청) 역시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요네쿠라(난도 6.0, 손 짚고 옆돌아 몸펴 뒤공중 돌며 3바퀴반 비틀기)' '여2(난도 5.6, 도마 앞 짚고 몸펴 앞공중 돌며 2바퀴반 비틀기)'기술로 9년만의 금메달을 따냈다.


'도마의 신' 양학선 기술.
이번 채점규정 개정에 따라 한국 선수들이 지난 10년간 국제무대에서 성적을 낸 기술 '여2' '로페즈' '양학선' '요네쿠라'는 모두 동일 계열 '비틀기' 1기술 그룹으로 묶였다. 도마 종목별 결승 경기는 1-2차 시기, 두 번을 뛰는데 양 시기 기술이 속한 그룹이 달라야 한다. 결국 1-2차 시기 기술 중 하나는 기존 기술이 아닌 아닌 다른 계열을 시도해야 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도마 금메달을 싹쓸이하면서 이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소문도 있지만, 어쨌든 올해부터 열릴 모든 대회에서 대한민국 도마 에이스들은 몸에 밴 '비틀기' 계열 외 새 기술을 계발해야 하는 난제에 봉착했다.

어느새 서른 줄에 접어든 '월드클래스' 도마 에이스 양학선은 체조화 끈을 고쳐맸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첫 금메달 이후 10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스타로 자리매김해온 그다. 지고는 못사는 승부사, 포기를 모르는 근성으로 '다시 도전!'을 선언했다.


양학선이 새 시즌 새로이 도전중인 난도 5.6점의 '시라이-김희훈' 기술
양학선은 새해 소속팀 수원시청에서 새 기술 연마에 온힘을 쏟아부었다. 2013년 '한체대 선배' 김희훈과 일본 시라이 겐조가 앤트워프세계선수권에서 함께 신기술로 인정받은 '시라이-김희훈' 기술(난도 5.6)에 도전한다. 채점규정 4기술 그룹에 속한 이 기술은 80년대 러시아 여자체조 레전드의 이름을 딴 '유리첸코(바닥을 짚고 구름판을 굴러 도약한 후 뒤로 회전하는 기술)' 계열로 도약 후 3바퀴를 비틀어야 한다.

양학선은 이번 선발전에선 가장 익숙한 '여2'와 함께 '시라이-김희훈'에서 반바퀴를 뺀 난도 5.2의 '슈펠트(Shewfelt)'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학선은 "여서정 선수의 도마 2차 시기 유리첸코 기술에서 반바퀴를 더 도는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양학선은 "중학교 1학년 때 체조를 배울 때 연습했던 기술인데 10여 년만에 다시 해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강철도 씹어먹을 나이, 겁없이 날아올랐던 소년이 '라스트댄스'를 앞둔 서른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1월부터 3개월쯤 연습했는데 아직 완벽하진 않다. 생갭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선발전선 무리하지 않고 2바퀴 반만 돌 것"이라며 웃었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2020년 '품절남'이 된 양학선, 이미 10년 전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다 휩쓴 그는 고통스러운 부상 시련 속에서 한번도 체조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22년, 양학선의 후예들과 함께 새 기술을 장착해 선발전에 도전한다.

요즘 어떤 마음으로 체조하고 있는지 물었다. 양학선은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은퇴하면 더 하고 싶어도 못한다. 햄스트링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다쳐서 못하나 겁을 내서 못하나 똑같다. 겁내서 못하면 후회가 남을 것같다. 할 수 있을 때 후회없이 마음껏 뛰자, 이겨내보자, 성적에 미련 두지 말고 후회없이 해보자란 생각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도마는 집중력이다. 재능을 타고난 양학선의 그간 훈련 스타일은 양보다 질이었다. 양학선은 "요즘 도마 훈련을 하루 한 시간 넘게 한다. 새 기술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연습량을 늘렸다"고 했다. "예전엔 아프면 쉬었지만 지금은 그 상태에서 오히려 한번 더 뛴다. 다치면 다치는 거고, 부상과 같이 가는 거다. 그렇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한다"며 웃었다.

선발전 목표도 또렷하다. "항저우아시안게임 티켓이 목표다. 오랜만에 6종목 모두 출전한다. 어린 선수들보다 기술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실수 없이 내 100%를 해내는 것이 목표다."

논어에서 서른 살 '이립(而立)'은 스스로 뜻을 세우고 온전히 설 수 있는 나이다. 스무 살, 거침없이 날아오르던 패기만만 양학선도 아름다웠지만, 서른 살, 체조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그래도 도전!'을 외치는 용감무쌍 양학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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