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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 베이징] ‘퀸 연아’의 눈물 소환한 ‘도핑파문’ 발리예바의 눈물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2-02-16 08:48


피겨여왕 대관식에서 눈물을 쏟은 김연아와는 의미가 달랐던 발리예바의 눈물

[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그 찬란한 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2년이 지났다. 전 세계 피겨 팬이 환호한 여왕 대관식이 있던 날 여왕이 펑펑 울었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프리 프로그램을 마친 김연아가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음악과 하나 된 완벽 그 자체의 감동을 선사한 직후다.

외국인에겐 낯선 풍경일지 모르지만, 그 모습을 본 우리는 그 울음의 의미를 알았다. 변변한 훈련장 하나 없던 한국에서 숱한 눈물과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후, 마침내 세계 정상에 우뚝 선 김연아의 눈물. 우리도 함께 울었다.

기쁨의 눈물 흘린 여왕은 억울함 때문에 울진 않았다. 2014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편파판정으로 올림픽 2연패 금자탑이 물거품이 됐지만, 담담하게 미소 지은 김연아다.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싱글의 압도적 우승 후보인 카멜라 발리예바(16)가 15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 '무사히' 출전해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렸다. 한 번의 점프 실수가 있었지만 총점 82.16점으로 쇼트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쇼트 프로그램이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발리예바가 연기를 마친 후 울먹이고 있다. 베이징(중국)=정재근 기자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 도중 진행된 도핑 검사에서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된 사실이 올림픽 도중 뒤늦게 알려졌다. 이미 출전한 단체전 금메달 수여도 연기된 상황이다.

IOC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막아달라고 제소했다. 하지만, CAS는 14일 긴급 청문회를 열고 '발리예바의 올림픽 출전을 승인한다'고 결정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스포츠인이 분노했다. 특히 김연아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도핑을 위반한 선수는 올림픽에서 뛸 수 없다. 이 원칙은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똑같이 소중하기 때문이다"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16세의 어린 나이임에도 예술성까지 완벽한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 발리예바다. 김연아 이후 맥이 끊겼던 '피겨여왕'이란 수식어를 이어받을 수도 있었다.


차원 다른 연기를 보여준 발리예바였지만...
하지만 모든 게 달라졌다. 발리예바는 이제 여왕 자리에 오를 수가 없다. 어떤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해도 감동은 없다. IOC는 발리예바가 여자 싱글에서 메달권에 입상하더라도 시상식을 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발리예바는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았어야 했다. 16세의 어린 나이다. 다음 올림픽을 기약할 수 있다. 4년이란 시간은 길지만, 실수를 용서받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 강행으로 발리예바는 도핑 위반이란 꼬리표가 영원히 붙어버린 선수가 됐다.

발리예바의 눈물, 안타깝지만 절대 공감할 수 없다. 12년 전 함께 울었던, 피겨여왕 김연아의 눈물이 그립다.
전 세계 피겨팬의 가슴을 훔친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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