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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고 했다."
경기 전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한국은 앞선 두 경기에서 노르웨이-네덜란드에 연달아 고개를 숙였다. 특히 노르웨이와의 1차전에서는 27대39로 완패했다. 한국은 당초 두 팀과의 경기에서 최소 1승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분위기는 최악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세 번째 만나는 상대는 '영원한 맞수' 일본이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역대 전적에서 23승1무3패다. 가장 최근 패배는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준결승. 한국은 그 뒤로 11년 동안 14승1무로 격차를 벌렸다.
변수는 분위기였다. '홈 팀' 일본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무려 45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첫 판에서는 네덜란드에 패했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몬테네그로를 잡았다.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였다.
뚜껑이 열렸다.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한국 선수들은 쉬운 슛을 번번이 놓치며 상대에 일격을 허용했다. 일본은 잔뜩 신이 난 모습이었다. 한국을 추격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국이 12-11, 가까스로 앞선 채 전반을 마감했다.
한-일전이었다. 한국은 후반시작과 동시에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 중심에는 '에이스' 류은희가 있었다. 전반 2골을 머물렀던 류은희는 이를 악물었다. 후반에만 혼자 7골을 책임지며 팀을 이끌었다. 득점은 물론, 스틸까지 성공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한국은 27대24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뒤 강 감독은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강 감독은 "이긴 것과 별개로 우리가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계속 답답하다. 한-일전이었다. 못해도 7~8점 차이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선수들이 너무 긴장했던 것 같다.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수들도 그랬다. 승리는 했지만 점수로 치자면 50점에 불과하다. 한-일전은 당연히 승리해야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류은희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도쿄올림픽에서 첫 승리를 해서 기쁘다. 경기 전에 라커룸에서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다'는 말을 했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로도 지면 안 된다"고 전했다.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대회 첫 승을 거두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라이벌'을 제압하며 1승 이상의 분위기를 얻었다. 한국은 몬테네그로(31일)-앙골라(8월2일)와 격돌한다. 8강 진출의 기회는 남아 있다. 강 감독은 "잘 정비해서 몬테네그로전을 준비하겠다. 초반 두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8강이다. 상대 조가 혼선이다. 우리가 승리하며 (앞으로)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은희 역시 "최대한 리듬을 찾아서 잘 하겠다. 선수들끼리 '이제 4개국 친선대회는 끝났다. 일본전부터가 본선'이라고 말했다"고 다짐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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