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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마음만은 뿌듯합니다."
"올림픽은 하늘이 주는 기회다. 시험대라 생각하지 말고 장기자랑으로 생각하라.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즐겨라." 2012년 런던 대회 단체전 금메달, 2016년 리우 대회 개인전 동메달, 도쿄 대회 개인전 동메달, 단체전 금메달, 3번의 올림픽에서 단 한번도 빈손으로 돌아온 적 없는 베테랑 검투사의 올림픽에 대처하는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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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야 사는 전쟁같은 승부,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왼쪽 팔 곳곳에 칼에 베인 자국, 타박으로 인한 피멍이 선명했다. 두 다리 역시 성한 곳이 없었다. 아픈 줄도 모르고 런지, 팡트… 쉼없이 날아올랐다. 넘어지고 찔리며 시퍼렇게 멍들고 깊숙이 패여 피가 흥건한 상처를 숙소에 돌아온 후에야 인지했다. "하얗게 불태우겠습니다. 죽을 각오로 뛰겠습니다"라던 약속대로 매순간 거침없이 몸 던진, 영광의 상처였다.
김정환은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후 이제 남자 사브르는 힘들겠다 생각했다. 금메달을 따려면 50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년도 안돼 런던 못지 않은 강팀이 생겼다"며 '도쿄 어벤저스'의 자부심을 전했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후 '다 이뤘다'는 생각에 은퇴를 선언했던 이듬해 김정환은 다시 돌아왔다. '백전노장 멘토' 김정환의 금메달 노하우가 도쿄까지 이어진 덕분에, 단단한 원팀은 2연패 위업을 이뤘다. 김정환은 "내가 인복이 있다. 어벤저스 맏형의 역할을 나는 즐겼다. 버틴 게 아니라 즐겼다. 이 후배들과 함께 경쟁하고 싶었고, 내가 가진 것을 다 나누고 싶었다. 좋은 동료, 후배들을 만나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후배들에게 공을 돌렸다.
'10년 한솥밥 선후배' 구본길과 시상대에서 서로에게 금메달을 걸어주는 모습은 뭉클했다. '은퇴 안하길 잘했다'는 말에 구본길은 "정환이형을 다시 끌고 온 게 바로 나!"라며 활짝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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