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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힘든 시기, 강력한 파워드라이브 한 방이 필요한 때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패기만만 포어드라이브로 만리장성을 뛰어넘어 기적 같은 금메달을 목에 건 유 회장의 인생 드라이브는 탁구 스타일을 빼닮았다. 스승 강문수 감독에게 배운 '원모어' 정신으로 매순간 최선을 다하되, 결정적 순간엔 언제나 '닥공(닥치고 공격)' 정면승부다. 탁구인들의 숙원이었던 부산세계탁구선수권이 코로나19로 무산된 역경의 시대에 유 위원은 자신 앞의 중책을 피하지 않았다. 12월 중순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IOC위원실에서 만난 유 회장은 격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백에 찬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탁구인으로서 해야할 도리, 이 위기를 극복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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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회장은 탁구협회 새 집행부로 '레전드 선배' 3명을 선임했다. 김택수 미래에셋대우 감독(50)을 전무이사로,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51)과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52)을 각각 부회장으로 내정했다. 김 전무는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현 부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복식, 1993년 예테보리세계선수권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 부회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다. 대표팀, 실업팀 감독, 협회 임원을 오가며 지난 20년간 풍부한 경험을 쌓은 레전드들은 유 회장과 함께 '만리장성' 중국을 넘어본, '어벤저스' 군단이다.
혼돈의 시대, 유 회장은 "소통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리더십에 따라 협회와 조직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강력한 파워드라이브 한방이 나와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4년간 우리 탁구계를 건강하게 싹 다 바꿔놓고 싶다"는 개혁의 의지를 표했다. 38세 회장님이 말하는 개혁은 나이, 세대와 무관하다. "개혁은 젊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올바른 생각을 가진 원로, 선배님들과 전세대를 아우르는 개혁을 해나갈 것이다. 우리 탁구가 그동안 잘해온 전통은 함께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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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 탁구, 디비전 시스템-엘리트 탁구 프로리그 출범
탁구는 야구, 당구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가 3년간 매년 16억5000만원을 지원하는 스포츠클럽 디비전(승강제) 리그 신규종목이다. 2020년 T4(시군구)리그를 시작으로 2021년 T3(시도)리그, 2022년 T2(전국)리그를 순차적으로 출범시킨 후 생활체육 최고수들과 엘리트 선수들이 함께 최고 레벨 T1리그에서 맞붙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유 회장은 "일부 동호인들의 우려가 있지만 기존의 생활체육 생태계는 파괴하지 않을 것이다. 기존 대회를 인정하면서 디비전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호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다. 동호인 탁구인구 파악 및 참가선수에 대한 DB 작업을 신속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 회장은 현재 실업탁구연맹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중인 프로리그 출범 의지도 천명했다. "종목간 전쟁이다. 탁구는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은 안된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당구의 프로화 과정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배구, 농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 산하의 탁구단들은 프로화의 조건들을 다 갖추고 있다. 대기업들이 지원하는 규모 안에서 일단 프로리그를 출범시켜 TV,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 노출을 통해 인기를 끌어올려야 한다. 2021년 하반기 프로 출범을 목표로 실업연맹과 협회가 속도감 있게 추진해나갈 것"이라는 청사진을 밝혔다.
2008년 이후 12년간 대한항공은 한국탁구에 매년 12억원 이상 지원해왔다. 2021년은 대한항공의 지원이 끊기는 첫해다. 탁구인들 스스로 홀로서기를 감당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 유 회장은 "나는 탁구라는 최고의 콘텐츠를 세일즈하러 다니는 사람"이라며 발로 뛸 의지를 분명히 했다. "코로나 극복의 과제가 있긴 하지만 앞으로 4년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그저 상심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라며 눈을 빛냈다.
탁구인들을 향한 유 회장의 메시지는 시종일관 '우리, 함께'였다. "힘든 시기일수록 생활체육, 전문체육의 탁구인 모두, 서로를 믿고 서로를 응원하자. 위기 상황에서 하나된 단결력이 필요하다. 저의 모든 것을 올인하겠다. 기대보다 더 큰 성과로 꼭 보답해 드리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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