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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VS 반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선거판도 어떻게 될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2-04 07:55



내년 1월 18일, '대한민국 스포츠 대통령'을 뽑는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4선 국회의원' 출신 장영달 전 대한배구협회장(72·우석대 명예총장)이 3일 오전 10시30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장 전회장의 출마 여부는 지난 여름 이후 줄곧 체육계의 관심사였다. 대한체육회장 유력후보 중 한 명으로 손꼽혀왔지만, 19대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5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파다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일 유권해석을 통해 '결격 사유가 없음'을 밝히면서 길이 열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제266조(선거 범죄로 인한 공무담임 등의 제한) 제1항 제3호에 따라 비상근임원인 대한체육회장은 공무담임이 제한되는 직에 해당하지 아니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3일 공식 기자회견에는 100여 명의 체육계, 정치계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박종길 전 문체부 차관, 이회택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 최길수 전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 배구선수 출신 김화복 중원대 교수, 박찬숙 전 농구 감독, 노민상 전 수영대표팀 감독, 김용철 양평군 체육회장 등이 자리했다.

장 전회장은 14,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2002년 노무현 정부, 2017년 문재인 정부 탄생에 일익을 담당했다. 민주당 최고위원, 국방위원장, 원내대표 및 국회의원축구연맹 회장, 제34대 대한배구협회장, 제16대 대한축구협회 수석부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대한배구협회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 상당수가 장 전 회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장 전회장의 출마가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이 뜨거운 관심사다.

이기흥 현 회장(65)이 연임 도전을 선언한 가운데 현재까지 강신욱 단국대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윤강로 국제스포츠연구원장, 4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이 출마 의사를 밝혔고, '사라예보 탁구 레전드' 이에리사 전 의원(이에리사휴먼스포츠 대표),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 문대성 전 의원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이번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이기흥' 대 '반 이기흥' 세력의 대결로 귀결될 것이며, 현재 난립하는 후보들의 향후 단일화 여부가 선거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상 선거인단 수는 2000여 명으로 대한체육회 대의원(정회원단체, 올림픽종목단체, 시도체육회장, IOC위원, 선수위원회 대표 등 121표)을 제외한 종목단체, 시도, 시군구 체육회 임원, 선수, 지도자, 동호인 중에서 1900여 명이 단체별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된다.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깜깜이 선거'에서 6~7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현 구도라면 지난 4년간 대한체육회를 이끌고 시도체육회 인사들을 두루 만나며 안정적 고정표를 확보한 이 회장이 유리하다는 관측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통한 '1대1 맞대결' 구도라면 '예측불허'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

이 회장은 체육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투사'의 모습으로 재선에 도전중이다. 지난달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와의 대립 이유에 대해 "체육인들을 보호하고 권익을 진작시키고 체육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딪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연임에 도전한 이유 역시 "체육인들을 위해서"라고 답한 바 있다. "체육인들을 너무 무시하고, KOC를 마구잡이로 분리하려 하고, '잘라라, 징계하라' 멋대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고 했었다.


장 전회장은 출마 선언을 통해 '반 이기흥'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의 소통, 협업을 통해 체육의 새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때 국가의 중요 정책 중 하나였던 체육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있고 체육사랑이 식어가고 있다"면서 그 이유를 "대한체육회가 무능하고 무책임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각을 세웠다. 이 회장의 연임 도전에 대해 "고 최숙현 사건 이후 회장이 문체부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았고, 사무총장은 해임 권고를 받았다. 이후 대한체육회와 정부가 반목하고 있다. 소통이 두절됐다. 대한체육회가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 하는데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국민 앞에 민망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친정부 인사'인 장 전회장은 정부와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장 전회장은 "정부와 대립해서도 안되고 싸움의 대상으로 삼아서도 안된다. 정부는 협조와 협력의 대상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KOC 분리에 대해서도 찬성 입장을 밝혔다. "KOC는 IOC 산하 조직이다. 그러므로 대한체육회와 KOC가 붙어있는 한 법적 체계, 행정적인 부분에서 정치 개입 등 모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법적 모순을 해결하자는 건데 오히려 대한체육회가 체육인들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 이기흥' 후보들과의 연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체육 현장 곳곳에서 대한민국 체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민해온 분들과 만나왔다. 그들과 연대해 새롭고 건강한 체육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리사 전의원, 문대성 전의원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대한체육회 변혁을 위해 현 체제로는 도저히 희망을 볼 수 없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고, 힘을 합치는 방법을 논의했고 이미 출마 선언하신 분들과도 그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일은 내년 1월 18일이고, 후보자 등록은 12월 28∼29일 양일간이다. 선거운동 기간은 올해 12월 30일부터 내년 1월 17일까지 19일간이다. 후보자 등록을 3주 앞두고 '반 이기흥' 세력의 물밑 단일화 여부가 체육계 초미의 관심사다.
프레스센터(광화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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