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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인기 예전 같지 않다? 2020년 한라-백두 씨름 선수 이야기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20-10-21 07:20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안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이만기 강호동 이태현 김기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씨름 스타'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한라(105㎏ 이하), 백두(140㎏ 이하) 등 높은 체급의 선수들이었다는 점이다. 이태현 용인대 교수는 "과거에는 씨름 자체의 인기도 좋았지만, 높은 체급의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컸다"고 전했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달라졌다. 2020년 씨름의 축은 태백(80㎏ 이하)과 금강(90㎏ 이하) 등 낮은 체급으로 이동했다. 이른바 '씨름돌'(씨름+아이돌의 합성어)로 불리는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최근에는 태백과 금강 선수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반면, 높은 체급의 선수들에게는 '몸집이 크다=느리다'는 편견이 생겼다. 이 교수는 "샅바 잡는 방식이 다소 변경됐다. 높은 체급의 선수들이 힘쓰는 방식이 달라졌다. 팬들께서는 과거에 비해 파워풀한 모습이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높은 체급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에서 '살짝' 빗겨난 것 같은 상황. 선수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지난 19일, 경기 안산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2020년 위더스제약 민속씨름리그 2차 안산김홍도장사씨름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오른 정경진(울산동구청)은 '백두급 선수로 사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정경진은 "백두급을 '씨름의 꽃'이라고 표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백두급 선수는 다른 체급 선수들과 비교해 '천하장사' 경쟁에서 한 발자국 정도는 앞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하장사는 모든 씨름 선수들의 꿈이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만큼 무릎, 허리 건강 등은 더 조심해야 한다. 체격이 크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에 더 잘 띄일 수 있다. 늘 더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며 웃었다.

안산대회를 통해 생애 첫 한라장사에 오른 이효진(제주특별자치도청)은 "태백과 금강급에 스포트라이트가 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씨름 전체의 인기와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좋다. 나는 씨름을 시작했을 때부터 한라급이었다. 단 한 번도 체급을 바꾼 적이 없다. 낮은 체급은 기술과 스피드, 백두급은 힘의 대결이라고 한다. 한라는 힘과 스피드의 체급이다. 좋다. 나는 내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열린 남자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정읍시청의 이승욱(한라급)은 "씨름 선수라는 것을 알아봐주시는 분이 많다. 요즘은 체급 상관 없이 응원해주신다. 그저 감사하다"고 했다. 김기환(한라급)은 "우리는 그저 우리의 길을 가고 있다. 연연하지 않는다. 씨름 선수기 때문에 체중을 관리하고 훈련하는 것 등을 고민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병찬(백두급) 역시 "씨름의 인기가 높아지는 게 중요하다"며 묵묵히 제 자리에서 제 몫을 하고 있었다.

영월군청의 임진원은 "고등학교 때 낮은 체급을 했지만, 체중을 늘려 백두급으로 뛰게 됐다. 처음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좀 부담스러웠다. 어디를 가든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큰 데 기술도 좋다'고 말씀을 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그냥 씨름 선수다. 운동 선수로서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승진(구미시청)은 "씨름은 지금 내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친구의 느낌이다. 백두급이 타 체급에 비해 인기는 높지 않다. 하지만 한번씩 알아봐 주실 때마다 기쁘다"며 웃었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최근 태백과 금강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올드 씨름 팬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체급이 인기다. 요즘에는 높은 체급의 선수들도 빠른 씨름을 선보이고 있다.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협회에서도 모든 체급이 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안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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