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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도전!" '로봇다리 캡틴'한민수,첫 보디빌더 대회 출전하던 날[애프터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10-13 12:09


사진출처=K LAB 스튜디오

"다음 순서는 장애인 부문입니다. 한민수 선수를 큰 박수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일 오후 5시30분 경기도 부천CT 밸리비즈 타워에서 펼쳐진 WBC피트니스 대회 현장,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와 함께 심사위원들이 일제히 기립했다. 왼다리에 '로봇다리' 의족을 낀 근육질의 남자가 당당하게 걸어나와 탄탄한 조각 몸매를 드러냈다. 어깨에 힘을 넣자 불끈 솟아나는 '터미네이터' 근육, "와!" 뜨거운 탄성이 쏟아졌다. '평창패럴림픽 영웅' 한민수(50)가 또 한 번의 '최초' 도전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2018년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장애인아이스하키 최초의 동메달을 목에 건 '캡틴' 한민수는 열정과 도전, 투혼의 아이콘이다. 평창패럴림픽 개회식, 성화를 등에 매달고 로프 하나에 의지해 가파른 슬로프를 뚜벅뚜벅 걸어올라가 끝내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로 국민적 감동을 안긴 '두 딸의 아버지' 한민수는 평창패럴림픽 이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서울패션위크에서 디자이너 박윤희의 패션쇼를 통해 첫 런웨이 워킹에 나선 데 이어 올해는 장애인 최초 보디빌더 도전에 나섰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전문위원인 그는 후배들의 멘토로 일하는 틈틈이 혹독한 식이요법과 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다.

한민수는 "보디빌더 도전을 제안받은 후 세 달간 12㎏을 감량했다. 닭가슴살만 먹었다"고 털어놨다. "대회가 끝났으니, 라면에 밥 말아 김치와 후루룩 먹는 게 소원"이라며 활짝 웃었다. "평창패럴림픽 때는 긴장감, 부담감이 컸는데 오늘은 객석에서 기립박수를 보내주시니 없던 힘까지 나오더라. 연습 때보다 더 잘한 것같다"며 흡족해 했다. "장애인 선수로서 이 무대에 첫 도전했다. 첫 걸음을 내딛는다는 느낌으로 미련없이 준비했다. 내가 잘하면 다른 장애인들도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오늘 상도 받았다. 더 많은 장애인 선수들이 참여하길 바라는 의미로 주신 것"이라며 웃었다.




보디빌더 도전을 권했던 '럭비선수 출신' 전문가, 양희영 WBC피트니스 회장(47컴퍼니 대표) 역시 결과에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복근이 잘 안나온다고, 대회 이틀 전까지 전화하셨는데…, 깜짝 놀랐다. 역시 선수는 선수인가 보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일 줄 몰랐다. 비장애인 부문에 나란히 도전해도 상위권 입상이 가능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감동적이었다. 축하드린다"며 퍼포먼스를 인정했다. 양 회장은 "이런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 장애인들도 많다고 들었다. '캡틴' 한민수씨를 통해 '장애인도 도전할 수 있다'는 모습이 강하게 각인됐다. 내년엔 장애인 부문을 정식 부문으로 신설해, 더 많은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확대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아이스하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장애인 패션모델, 장애인 보디빌더, '캡틴' 한민수의 '최초 도전'은 계속된다.

한민수는 차해리 전 YTN아나운서(국제스포츠미디어협회대표)와 함께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스포츠-아티스트 에이전시 '파라스타 엔터테인먼트' 설립을 준비중이다. 장애인 스포츠 후배, 아티스트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게 하고, 더욱 빛나게 하고 싶다는 오랜 소망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첫 도전이다.

서른 살, 왼다리를 잃은 이후 19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매순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아름다운 근육질의 로봇다리' 한민수는 후배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을 잊지 않았다. "도전은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지만, 과정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중요치 않습니다. 그러니 도전하십시오! 여러분, 세상은 여러분을 향해 활짝 열려 있습니다."
부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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