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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X외박금지'진천선수촌 국대들의 유일한 소확행=편의점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20-03-05 05:30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체 누그러들지 않는 2020년 잔인한 봄,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의 선수들은 어떻게 지낼까.

2020년 도쿄올림픽(7월24일~8월9일) 개막이 불과 140여 일 남은 상황, 선수촌 국가대표 선수들은 자신과의 싸움에 더해 코로나19와 소리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코로나19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지난 1월 일찌감치 취재진 및 외부인 입촌을 전면 금지했다. 지난달 23일 '심각' 단계로 격상된 이후 선수촌 보호 조치는 더욱 강화됐다. 훈련중인 선수, 지도자들의 외출, 외박을 일체 금지했다. 28일엔 도쿄올림픽에 출전하거나 출전권에 도전하는 종목의 선수, 지도자 외에는 전원 퇴촌하도록 했다. 선수촌 상주 인원을 최소화해 위험 변수를 최소화했다. 촌내의 선수들은 훈련 시간외에 식당, 숙소 출입시 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의무실에서 매일 1인당 1개씩 마스크가 지급되고 있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먹고 자고 훈련하고 치료하고' 뿐인 일상이 2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선수촌 내 소식통에 따르면 이 선수들에게 유일한 위안은 지난 2월 초 처음으로 오픈한 '촌내 편의점'이다. 올림픽 종목의 한 지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모임, 회의가 금지됐다. 탁구장, 당구장 등 편의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 훈련장, 숙소 외에 아무데도 갈 수 없는 선수들의 유일한 낙이 편의점에 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병원 등 불가피한 이유로 짧은 외출이라도 허락받는 경우, 농담으로 '축하'를 건넬 정도"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선수들의 참새방앗간이 된 편의점에 대해 "바깥에 있는 편의점과 똑같다. 없는 게 없다. 아이스크림, 음료수, 즉석식품 등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편의점은 지난해 선수촌 혁신위원회가 직접 진행한 선수 설문조사의 결과물이다. 충북 진천 광혜원면에 외따로 위치한 진천선수촌, 선수들은 편의점 등 촌내 편의시설 확대를 희망했다. 그렇게 문을 연 편의점은 코로나19로 사실상 '격리'된 3월, 진천선수촌에서 세상과 연결된 유일한 통로다. 말 그대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신치용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젊은 선수들이 선수촌 안에서 얼마나 답답하겠나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아무 데도 가지 못하다 보니, 편의점이 '유일한 낙'인 것이 맞다"고 했다. 그러나 '백전노장' 신 촌장 입장에선 선수들의 '편의점 마실'이 내심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을 위해 몸에 좋은 간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인스턴트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을까봐 걱정이 된다. 이번 주부터 선수촌 식당에서 하루 세끼 외에 간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고구마, 감자, 과일 등 몸에 좋고 경기력에 도움이 되는 메뉴를 언제든 와서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불가피한 외출 외박 금지 조치에 대해 신 촌장은 "선수들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선수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선수도, 지도자도 믿고 따라주고 있어 고맙다"고 했다. "현재로선 선수촌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 중 한 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올 경우 큰일이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선수촌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경각심을 일깨웠다.

신 촌장은 "지도자로서 평생 선수들에게 강조해온 최고의 덕목이 '절제'다. 정말 힘든 시기지만 자신과 서로를 위해 조금씩만 더 절제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선수촌 수장'으로서 신 촌장도 3주째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잘 견디고 있지만, 이 상황이 장기화될까 걱정이다. 이번 주말까지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지켜본 후 종목 지도자, 선수들과 간담회를 통해 대책을 간구해야할 것같다"고 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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