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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점프'로 만든 새 역사, 그래서 유 영의 성공이 더 뜻깊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20-02-09 12:39


'2020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8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한국 유영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시상식에서 유영이 김연아와 함께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2.08/

[목동=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여제' 김연아는 피겨의 길을 걷는 수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다.

한국의 많은 피겨 선수들은 불모지에서 꽃을 피워낸 김연아의 성공스토리를 따른다. 피겨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김연아는 발군의 표현력과 엄청난 스케이팅, 교과서 같은 점프를 앞세워 당대 피겨계를 지배했다. 때문에 '포스트 김연아'를 꿈꾸는 많은 선수들은 고난도 점프 보다는 안정된 프로그램을 정확히 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김연아 이후 여자 싱글 시니어에서 최고의 국제 경쟁력을 보인 최다빈(고려대)도 그랬다.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열을 올리던 '남자 김연아' 차준환(고려대 입학 예정)도 프로그램 난이도를 다운 시킨 뒤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 영(과천중)의 새로운 성공은 큰 의미가 있다. 유 영은 8일 목동실내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0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94점에 예술점수(PCS) 69.74점을 합쳐 149.68점을 따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73.55점을 얻은 유 영은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합한 총점 223.23점으로 일본의 기히라 리카(232.34점)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4대륙 대회에서 메달을 차지한 것은 2009년 대회에서 김연아가 우승한 이후 11년 만이다.

유 영은 프리스케이팅 첫 점프과제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기본점 8.00점)을 완벽하게 뛰면서 수행점수(GOE)를 2.67점이나 따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도한 트리플 악셀은 착지 불안으로 수행점수(GOE)가 깎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필살기로 기세를 올린 유 영은 이어진 연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며 역전극에 성공했다. 이날 유 영이 따낸 프리스케이팅 점수와 총점은 모두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이다.


'2020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8일 오후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렸다. 한국 유영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 목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2.08/
사실 최근 유 영의 기세는 썩 좋지 않았다. 2016년 1월 열린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만 11세의 나이로 우승을 차지한 유 영은 "그 나이때 김연아 보다 낫다"는 극찬 속 화려하게 등장했다. 2017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2년간 주니어 무대에서 활동한 유 영은 주니어 그랑프리 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2018년 슬로바키아 대회에서 한차례 시상대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최고 성적은 6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유 영에게는 비전이 있었다. 국제 무대 경쟁력을 위해 고난도 점프를 연마하기로 했다. 그는 2016년부터 트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를 연습했다. 설상가상으로 부상까지 겹치며 성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새로운 지도자인 하마다 미에(일본)를 만나 트리플 악셀 성공률을 높인 유 영은 올 시즌 쇼트와 프리에 모두 트리플 악셀을 넣었다. 발목 부상으로 성공을 점치기 쉽지 않았지만, 유 영은 도전에 나섰고, 이번 대회를 통해 마침내 그 노력의 결실을 맺었다.

역사적인 은메달의 첫 소감 역시 트리플 악셀이었다. 유 영은 "무엇보다 트리플 악셀을 성공해서 기쁘다"고 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계속 시도를 해왔다. 그때는 부상도 많고 연습할 시간도 부족했다. 그래서 작년 비시즌 때 열심히 트리플 악셀을 연습해서 이만큼 올라서게 됐다"며 "트리플 악셀은 아직 너무 부족하다. 제가 전에 성공률이 50% 정도라고 했는데, 이번에 성공해서 55%로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만족은 없다. 쿼드러플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유 영은 "이제 다른 기술을 선보였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은메달로 유영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포스트 김연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여왕' 김연아가 섰던 시상대에 올랐다. 시상자로 현장을 찾은 김연아도 유 영의 성장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유 영은 "연아 언니가 시상식에서 인형을 줬는데 솔직히 연아 언니인 줄 모르고 있다가 깜짝 놀랐다. 마음속으로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었다. 4대륙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연아 언니가 선물까지 줘서 큰 추억이 됐다. 연아 언니가 "축하해요"라고 한 마디를 해주셨는데 진심이 느껴졌다"며 "연아 언니는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다. 저 역시 연아 언니를 보고 피겨를 시작했다. 이제는 제가 대한민국 피겨를 이끌고 빛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김연아와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유 영, 그 키는 역시 고난도 점프가 쥐고 있다.


목동=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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