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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세계기록 보유자 미국의 릴리 킹 선수가 자랑스러운 한국의 '백예린(?)' 선수와 경쟁을 펼칩니다."
"출발했습니다!" "현재 선수들이 열심히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식의 '국어책 읽는' 진행만 AI(인공지능)처럼 반복했다. 한국선수는 물론 세계적 에이스들의 이름과 경력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3레인 선수가 가장 빠릅니다" "4레인 선수와 5레인 선수가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식의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내용으로 분량을 채우기 급급했다. 3레인, 4레인 선수가 대체 누구인지 소개도 없었다. 예선에서 상위 16명의 선수가 준결승에 오른다거나, 상위 8명의 선수가 결승에 오른다는 식의 경기규칙을 설명할 때면 중간에 말이 뚝뚝 끊겼고, 불편한 침묵도 이어졌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만 수십 번 반복했다.
수영 종목에서 장내 해설자의 역할은 지대하다. 단순한 경기 진행을 넘어 수영을 처음 접하는 관중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해 선수와 레이스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한편, 장내 분위기도 한껏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수영에 대한 지식 없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전문 영역이다. 요즘은 각 종목 경기장에선 장내 아나운서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함께한다. 경기 전후 경기장 전광판을 이용해 관중 장기자랑, 허그타임, 키스타임 등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주요 경기장에서도 마스코트 수호랑, 반다비를 활용한 댄스, 게임 등 관중과의 소통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이어졌었다.
이날 대회 현장에서 만난 한 수영인은 "어제 선수들 사이에서도 예선전 장내 아나운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수영을 잘 모르는 것같다. 미리 써놓은 원고가 없는지 실수가 많았다고들 하더라"고 귀띔했다. "모처럼 수영을 보러오신 국내 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못하는 점은 큰 문제다.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오신 가족, 지도자들도 전문적이지 못한 해설을 불편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8일 경영 레이스가 마무리된다. 아직 시간이 남았다. 세계선수권의 격에 맞지 않는 해설이다. 열일 제치고 광주를 찾는 팬들이 세계적인 수영대회를 더 즐겁게 관전하기 위해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광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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