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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하나다]'비포&애프터'북한선수단, 표정이 달라졌다[포토스토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8-28 05:22


분위기 좋은 단일팀 벤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단일팀 한국의 하숙례 코치와 북한의 정성심 코치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48㎏급 그룹 A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리성금이 원코리아 응원단과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빵터진 리성금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48㎏급 그룹 A경기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리성금이 코리아 응원단과 인사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앞)이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터내셔널 엑스포에서 열린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오르기 전 동메달 북한 김수정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2년 11월 중국 푸톈 아시아체조선수권에서 '북한 체육영웅' 리세광은 도마와 링 종목에서 2관왕에 올랐다. 금메달을 목에 건 후 인터뷰에서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격려가 큰힘이 됐다"며 감사를 표했다. 기자회견에서 통역이 이 부분을 영어로 정확히 통역하지 않자 북측이 통역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북한 '역도 영웅' 엄윤철은 "최고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 달걀을 사상으로 채우면 바위도 깰 수 있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그 덕에 인공기를 펄럭이고 국가를 울릴 수 있게 됐다"는 인터뷰로 화제를 모았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딸 때마다 기자회견에서, 믹스트존에서 북한 선수들은 어김없이 늘 김정일 위원장, 김정은 동지를 언급했었다. 그러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현장에서 만난 북한 선수들은 확실히 달라졌다.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사라졌다. 체제 찬양 일색의 천편일률적, 경직된 인터뷰가 사라졌다. 훈련장, 경기장에서 마주치는 남북 선수들은 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남북응원단, 인도네시아 현지 응원단의 사진 촬영 요청에도 자연스럽게 응한다. 표정도 확 달라졌다. 과거 경직된 표정은 온데 간데 없다. 환하게 웃으며 한국 선수들과 셀카를 함께 찍고, 원코리아 응원단과 파안대소 한다.


도마 결승전 직전 함께 마지막 훈련중 미소짓는 한국 여서정(왼쪽)과 북한 변례영 김수정
지난 18일, 자카르타국제엑스포(JIEXPO) 체조 훈련장에서 남북 대표팀은 바로 옆 매트에서 나란히 훈련했다. '북측 도마의 신' 리세광이 먼저 '남측 후배' 김한솔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오늘 훈련시간이 어떻게 된다고?"라며 일정을 확인했다. 김한솔에게 "몇 살인가?" 나이를 묻기도 했다. 김한솔은 "스물네살"이라고 답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남측 기자의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이곳 도마가 많이 딱딱하냐?"고 묻자 리세광은 "우리 꺼랑 다릅네다. 손목 아픕네다"라고 즉답했다. 22일 여서정은 북한 변례영, 김수정과 함께 도마 결선 포디움에 올랐다. 한국의 열여섯 소녀 여서정이 금메달, 북한 열일곱 소녀 변례영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서 남북 체조소녀는 가벼운 포옹을 나눴다. 서로에게 "잘했다. 축하한다. 수고했다"라며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역도 경기장에서도 변화의 분위기는 분명했다. 지난 7월 대전에서 열린 코리아오픈탁구 대회에서 일체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던 북한선수단은 아시안게임 현장에선 입을 열었다. 금메달을 따거나 승리할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남자 56㎏에서 2연패에 성공한 '역도영웅' 엄윤철은 "남측 관중의 열렬한 응원이 큰힘이 됐다"고 인터뷰했다. 4년전 '달걀에 사상을 채우는' 인터뷰와는 사뭇 달랐다.


카누 용선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낸 냠녀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카누 용선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따낸 냠녀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카누 용선 '남녀북남'의 다정한 기념사진.

'카누용선 단일팀 파이팅!'
인도네시아 팔렘방 자카바링 스포츠 시티 조정·카누 경기장에서 열린 카누용선 500미터 여자 결선을 찾은 교민과 현지인 그리고 북한 사격팀이 단일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7일자 아시안게임 데일리뉴스. 용선 남북 여자 단일팀 선수들이 단체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을 부각했다.
26일 여자용선 금메달 현장에선 남북 선수들은 함께 셀카를 찍으며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인도네시아 관중, 남북 응원단과도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으며 기쁨을 나눴다. 용선 맨앞에서 힘차게 북을 치는 북한 '북재비' 도명숙은 환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했다. "우리는 20여 일동안 큰 일을 해냈다. 우리 민족의 힘과 지혜를 아낌 없이 떨친 것이다. 기간은 짧았지만 모두가 합심했다. 모두 나이는 어렸지만 조선의 힘을 세계에 떨쳤다고 생각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용선을 한국에 와서 처음 봤다는 '단일팀 북한 키잡이' 리향은 한국 키잡이 현재찬(34·울산시청)에게 기술을 전수받았다. 현재찬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용선 1000m 동메달리스트다. 리향은 '현재찬 선수가 잘 가르쳐 줬느냐'는 질문에 "진실적으로, 뜨겁게 가르쳐줬습니다"라고 답해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여자용선 남북단일팀을 집중취재중인 일본 교도통신의 사토 다이스케 기자(인도 뉴델리 특파원)는 "한국선수들과 북한선수들은 표정만 봐도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다르다. 이번 대회에선 예전에 비해 북한 선수들의 표정이 굉장히 부드러워졌다"면서 "개막식에서 남북이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이낙연 총리와 북한 리룡남 부총리와 손을 맞잡은 이후 북한선수들도 예전보다는 훨씬 자유로워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선수들이 한국 선수들과는 물론 인도네시아 관중들과도 자유롭게 셀카를 찍는 모습을 봤다. 예전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토씨는 2007~2008년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2008~2011년 한국특파원으로 일해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23년차 '한국통' 기자다. 남북단일팀 취재를 위해 팔렘방까지 10시간동안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 사토 기자는 "남북단일팀이 도쿄올림픽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본 정부와 언론의 관심이 상당히 높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26일 사토 기자는 남북단일팀 여자용선 금메달 기자회견에서 "용선이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2020년 도쿄올림픽 카누에도 혹시 단일팀으로 나올 의향이 있느냐"고 '도쿄 단일팀' 가능성을 질문했다. 북측 호수정이 작심한 듯 "말씀드리겠습네다. 우리는 언제나 준비돼 있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답했다. 사토씨는 "인도네시아는 북한의 오랜 우방이다. 평생 전용열차만 이용한 김정일이 유일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비행기를 타고 방문한 곳이 인도네시아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김정일은 1965년 김일성 주석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평생 비행기를 이용한 기록이 없다.

남북 정상의 4·27 판문점선언 이후 달라진 국제 정세, 스포츠를 통한 평화 무드 조성과 남북 공동입장, 인도네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 등이 북한 선수단의 표정에 변화를 가져왔다. 환한 웃음은 소통과 교류의 신호다. 남북평화시대의 훈풍이 얼음장 같던 북한 선수들의 표정을 녹이고 있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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