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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강해지는 게 아니다."
김국영은 전날 예선전에서 3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날 열린 준결선 3조에선 막판 스피드가 아쉬웠다. 스타트가 좋았지만, 차례로 역전을 허용했다. 10초33으로 조 4위. 전체 기록에서 8위를 차지하면서, 턱걸이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힘겹게 진출한 결승전에선 최하위로 아쉬움을 삼켰다.
김국영은 한국 육상 단거리의 희망이다. 그는 지난 2010년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10초31의 기록으로, 1979년 서말구가 세운 10초34를 무려 31년 만에 경신했다. 그리고 같은 대회 준결선에서 10초23으로 본인의 한국 신기록을 깼다. 이후에도 김국영의 기록 경신 행진을 계속됐다. 본인의 영상을 철저히 연구하며, 발전에 힘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코리아오픈국제육상경기대회에서 10초07로 또 한 번 신기록을 세웠다. 거의 9초대에 근접한 최고의 기록이었다.
김국영은 "사실 들어가기 전에 후회 없는 레이스를 하자가 목표였다. 후회가 남는다고 하면 핑계 같다. 오늘 레이스는 접어두고, 200m와 릴레이 경기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는 올해 부쩍 느낀 게 있다. 한국 100m 기록이 계속 깨졌다. 하지만 나만 강해지는 게 아니더라. 나도 강해지지만 아시아 육상 전체가 강해지고 있다. 전체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 10년 가까이 간판으로 있으면서 힘들었는데 많이 힘에 부친다"며 말끝을 흐렸다. 눈물을 보인 김국영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김국영은 100m 희망으로 꾸준히 한국의 간판 역할을 해왔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짓눌렀다. 김국영은 "한국 기록을 깨면서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10년 넘게 정상에 있으면서 나까지 포기해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잘하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데도 잘 안 되니 그게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날 김국영은 결승으로 올라가면서 기록은 조금씩 단축됐다. 전략을 들고 나왔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는 "사실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나름대로의 전략을 썼다. 실력으로 맞서기에는 너무 강했다. 오구노데 동생(오구노데 토신)도 귀화를 해서 9초대를 바라보고 있다. 실력으로 맞서긴 어려웠다. 어쨌든 8위를 했다. 실력으로 졌다. 어떤 말을 해도 핑계다. 그렇다고 또 포기할 수는 없다. 많은 한국 육상 꿈나무들이 지켜보고 있고 응원해주고 있다. 다시 힘을 내서 해보겠다"고 밝혔다.
아직 김국영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요즘 아시아의 추세가 겨울에 따뜻한 곳에 가서 인도어 경기를 뛰고 있는 게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도 코치님과 상의를 해서 겨울에 체력 훈련보다, 1~2월에 인도어 경기를 해보려고 한다. 색다른 길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회에서도 200m와 계주가 남은 상황. 김국영은 "더 이를 갈고 해야 한다. 오늘 경기가 이렇게 됐다고 해서 끝나는 것보다 철저하게 해보겠다"면서 "계속 부딪쳐봐야 한다. 포기할 수 없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 올라갔지만 결승에 실패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8위를 했다. 아시아 100m가 정말 많이 평준화됐다. 모든 국가의 선수들이 2명씩 출전하고 있다. 챔피언이 갖고 있는 기록도 경신되고 있다. 계속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