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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트랩 대표 선수 강지은(28·KT)에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웨딩마치를 올린 그는 암투병 중인 어머니 걱정에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인도네시아에서 금빛 총성을 울리겠다는 꿈은 한가득이었지만,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점이 많았다. 특유의 질긴 승부욕으로 이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소속팀 KT는 이런 강지은에게 맞는 총을 구해주기 위해 수 차례 이탈리아행을 추진하는 등 지원을 했다.
20일(한국시각) 인도네시아 팔렘방의 자카바링 스포츠시티 슈팅레인지에서 열린 대회 결선에서도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졌다. 본선에서 함께 슛오프로 결선 출전권을 얻은 토마르가 가장 먼저 탈락한 가운데, 대만(리우완위), 카자흐스탄(마리야 드미트리옌코), 레바논(레이 바실) 선수가 차례로 고배를 들었다. 총 50발 중 40발을 쏜 상황에서 나란히 36발을 명중시킨 강지은과 장싱취(중국), 둘만 남아 마지막 승부를 벌였다.
45번째 표적을 나란히 놓친 이후 두 선수는 팽팽한 기 싸움을 펼쳤다. 단 한 발 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44-44, 동점. 마지막 한 발의 결과에 따라 슛오프로 갈 수도 있었다. 먼저 장싱취가 날아오른 표적을 명중시켰고, 강지은이 심호흡을 하면서 사대에 섰다. 하지만 강지은이 쏜 마지막 총알은 표적을 외면했다. 승부는 그렇게 가려졌다.
은메달이 확정된 후, 강지은은 양 손을 흔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려움을 딛고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유감없이 기량을 떨치며 얻은 값진 은메달이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