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3연패 위업에 도전하는 '사브르 황제'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17일 자카르타 GBK아레나에서 팀 훈련을 마친 직후다.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두 번의 아시안게임에서 한번도 결승행을 놓친 적이 없다. 인천에서 개인전 2연패에 단체전까지 휩쓸며 2관왕에 올랐다. 두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결승 피스트는 수많은 경기 가운데 지금도 어제처럼 생생한 기억이다. 오늘의 '펜싱황제' 구본길을 만든 시작점이었다. 스물한 살에 나선 첫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선배' 오은석(대구시청)과 마주했다. 최고의 체력, 최고의 기량을 지닌 아마추어 펜싱 청춘들에게 금메달은 절실하다. 선수 생명, 경력 단절과도 직결된다. 국방의 의무를 완수한 선배 오은석이 피스트에 올라서기 전 후배 구본길에게 말했다. "너도 절실하지만, 나도 이 금메달이 절실하다. 진검승부하자." 선후배는 진검승부했고, 후배 구본길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구본길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아레나에서 훈련을 마친 후 3연패를 뜻하는 손가락 3개를 펼쳐보였다.
8년 후, 어느새 '막내' 구본길은 고참이 됐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2017-2018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2연패로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뤘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개인전 두번째 은메달도 목에 걸었다. 세계랭킹 2위, 자타공인 세계 최강 '본투킬' 구본길은 사상 첫 아시안게임 개인전 3연패 기록에 도전한다.
1996년생 '사브르 신성'후배 오상욱(대전대)과 함께 20일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 나선다. 세계랭킹 5위 오상욱 역시 강력한 우승후보다. 결승 피스트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구본길은 '걸출한 후배' 오상욱의 성장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선배다. 첫 아시안게임에 도전하는 설렘과 부담감을 누구보다 잘 안다. "상욱이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미소 지었다. "광저우 때보다 단체전에서 우리는 더 강해졌다. 형들이 있으니까, 단체전 금메달 믿고, 개인전은 부담갖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라. 편하게 하라고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첫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선배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내 펜싱 경력은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시작됐다. 상욱이도 자카르타에서 그 시작을 하길 바란다.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 펜싱의 미래를 위해서도 막내가 잘하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며 웃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 행사가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렸다. 남자 사브르 오상욱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가 취하고 있다. 진천=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8.07.10/
"8년 전 그날처럼 후배 오상욱과 결승에서 맞붙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답했다. "진짜 멋진 승부를 한번 해보고 싶다. 상욱이는 인생이 걸렸고, 나는 기록이 걸렸다. 나도 절실하고, 상욱이도 절실하다. 더 절실한 사람이 금메달을 가져갈 것이다. 한국 펜싱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진짜 멋진 명승부를 한번 하고 싶다. 상욱아, 결승에서 만나자."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