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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인터뷰]전도양양 탁구청춘,'김택수 애제자'장우진의 첫우승 이야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07-04 05:30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장)우진이가 우승했습니다. 정말 간절했습니다."

김택수 미래에셋대우 총감독(남자탁구 국가대표 감독)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지난달 27일, '애제자'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이 실업탁구챔피언전 남자단식에서 '선배' 김동현을 꺾고 우승을 확정지은 직후다.

실업 3년차 장우진이 생애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3년 주니어세계챔피언 출신 장우진은 세계무대에서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인정받았고, 실업랭킹 1위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했지만 국내 무대 우승은 쉽지 않았다. 결승 진출만 4번째였다. 매번 우승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말 종합선수권 결승에선 김동현에게 먼저 2세트를 따내고도 역전패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장우진에게 첫 우승은 절실했다. 쓰라린 패배를 안긴 김동현과 다시 마주했다. 이번엔 달랐다. 1세트를 11-8로 따냈다. 2세트를 11-9, 3세트를 11-5로 마무리하며 3대0, 완벽한 승리로 실업 첫 우승을 완성했다.

1995년생 장우진은 대한민국 남자탁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중학교 졸업 직후 독일 옥센하우젠 클럽에서 유학하며 유럽 파워탁구를 익혔고, 2013년 모로코 라바트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세계 최강 중국선수 3명을 16강, 4강, 결승에서 줄줄이 꺾고 우승했다. 우승 직후 녹색 테이블에 껑충 뛰어오르는 짜릿한 세리머니로 넘치는 끼를 보여줬다. 장우진은 두려움이 없다. 어떤 선수를 만나도 당당하게 맞선다. 2015년 아시아탁구선수권에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올림픽 챔피언' 장지커를 단체전과 단식 16강에서 연거푸 꺾었다. 이 선수의 성장을 고대한 이유다.

장우진은 지난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세계선수권 단체전에 이상수, 정영식 등 선배들과 함께 첫 주전으로 나섰다. 자신이 나선 경기에서 단 한게임도 놓치지 않았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제3단식 주자로 나서 마츠다이라 켄타를 3대1(11-9, 9-11, 11-9, 11-7)로 꺾었다.독일과의 4강전에서 한국은 풀세트 접전끝에 패하며 결승행의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제3단식에서 드미트리히 옵차로프를 3대0(11-6, 11-5,11-6)으로 돌려세운 장우진의 패기만만한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실업랭킹 1위'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제무대 경쟁력도 인정받았지만 국내 대회 우승의 문은 3년째 열리지 않았다. 장우진은 "첫 우승이 정말 간절했다"고 했다. 결승전에서 포어드라이브에 강한 김동현의 3구, 백사이드를 집중공략했다. "작년 종합선수권에서 동현이형에게 이기다가 졌다. 형이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은 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시즌 폭풍성장을 거듭한 재기발랄한 탁구청춘, 장우진이 드디어 첫 우승의 꿈을 이뤘다. "사실 우승후 기쁘기보다 울컥하더라.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겸손한 소감을 전했다. 중국 선수, 톱랭커들를 상대로 거침없는 장우진 탁구를 선보이는 비결을 묻자 "내가 그들보다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단 한포인트, 한세트라도 더 따겠다, '할 수 있다'는 도전자의 마음으로 부담없이 임한다"고 했다. 선수로서의 목표를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금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금메달"을 외쳤다.


제자의 첫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한 것은 '레전드' 김택수 감독이다. "우진이의 탁구가 점점 단단해지고 있다. 실력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 칭찬과 격려가 필요한 선수"라며 뿌듯함을 표했다."이번 우승이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상수, 정영식이 이끌고 장우진, 김동현, 임종훈, 조승민 등이 받치는 한국 남자탁구의 미래는 밝다"고 희망을 노래했다.

한편 장우진을 비롯한 남녀 탁구대표팀은 3~9일 전북 군산 월명체육관에서 펼쳐지는 제34회 대통령기 전국시도탁구대회에 나선다. 8월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전훈련을 겸해 출전한 대회에서 장우진은 내친 김에 첫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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