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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선수 뒤에는 틀림없이 뛰어난 스승이 있다.
대구대 치료특수교육학과 석박사를 마친 후 성남, 용인, 분당 지역에서 특수교사로 일하던 장 교사는 2012년 경기도 양평 양일고에 부임했다. 첫 출전한 KT 주최 경기도장애인 IT페스티벌에서 "촌구석 아이들 데리고 왔네"라는 비아냥에 이를 악물었다. "부자동네 장애인 아이들만 혜택 받아야 하나. 우리 아이들을 무시하는 것 같아 분했다.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고 했다. 그날 이후 양일고 아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장 교사의 열정어린 지도하에 '열공'했다. 2014년 대회 이후 단 한번도 종합1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경기도장애인페스티벌에선 14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11월 인도에서 열리는 글로벌장애인청소년 IT챌린지 출전 기회도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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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특수학급이나 도움반이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드는 '전환교육실'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장 교사는 법제처에 청원을 통해 '전환교육실'이라는 명칭을 공식화했다. 교육철학은 확고하다. "아이들에게 늘 세 가지를 가르친다. 첫째 거짓말 하지 말 것, 둘째 근면성실할 것, 셋째 예의바를 것,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이 세 가지만 하면 먹고 산다"고 했다.
장 교사는 오른다리가 불편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잇달아 교통사고를 당했다. "나도 장애인이다. 부모님은 나를 강하게 키우셨다. 나도 우리 아이들을 강하게 키운다. 때로는 욕도 한다. 학교가 너무 편하면 안된다. 사회는 이들에게 냉혹하다. 실습 나간 아이들이 욕 먹고 와서 하지 않겠다고 하면 '선생님보다 세더냐'고 물어본다. 아니라고 하면 '무조건 버티라'고 한다."
장 교사는 오래전 자신을 원망했던 첫 제자의 목소리를 평생 잊을 수 없다. 대구에서 특수교사로 첫발을 떼던 무렵 열정으로 키운 첫 제자였다. "규빈이만큼 똑똑한 아이였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후 정신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선생님이 나 버렸잖아요." 나는 버린 게 아니었는데… 그 말이 가슴에 사무쳐서 이렇게 죽어라 일한다." 장 교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내 새끼들 절대 길바닥에 돌아다니게 하지 않는다. 오직 그 사명감으로 일한다. 자기 새끼면 그렇게 내버려두겠나.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아이들은 틀림없이 해낸다. 이 아이들이 먼저 내 손을 놓으면 모를까, 나는 절대 이 아이들 손, 놓지 않는다."
장 교사는 양일고에서 비장애인, 장애인 통합 동아리 '투게더'도 운영한다. 장애인 학생들은 바리스타, IT 관련 과목들을 도와주고, 비장애인 학생들은 교과 학습을 도와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멘토이자 멘티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장애학생들은 독거노인들을 위한 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어울리는 학교는 '설교'가 따로 필요없는 인성교육의 장이다. "장애인도 결과물,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리 아이들 놀리는 애들을 데려다가 게임 한판 함께 시키면 상황이 바로 종료된다. 교내 카페에 불러서 이 아이들이 직접 끓어낸 커피 한잔 마시면 게임이 끝난다"며 웃었다.
18일 전국장애체육대회 종합우승 후 장 교사가 선수들과 함께 '팔짱 자세'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아이들이 시건방지게 찍자고 해서요"라고 했다. '패기만만' 도도한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충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