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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철인' 신의현(38·창성건설)이 기어이 해냈다.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노르딕 스키 사상 첫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휠체어농구, 장애인아이스하키로 단련된 '만능 스포츠맨' 신의현이 2015년 8월, 창성건설 장애인노르딕스키팀 창단 후 2년7개월만에 기적을 썼다.
신의현은 2017년 1월, 우크라이나 리비프에서 파라노르딕스키 월드컵에서 크로스컨트리 남자 좌식 5㎞와 15㎞에서 2관왕에 올랐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통틀어 한국 최초의 노르딕스키 월드컵 금메달이다. 지난해 독일 핀스테라우 세계선수권에서도 이 종목 은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세계장애인노르딕스키월드컵과 지난해 12월 캔모어월드컵에서 이종목 1위에 올랐다.
신의현은 대학 졸업을 하루 앞둔 2006년 2월, 스물여섯에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생사의 갈림길, 남다른 모정으로 기어이 자신을 살려놓은 어머니 이회갑씨(68)를 향해 '죽게 놔두지 나를 왜 살렸냐'며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극단적인 마음을 먹은 적도 있었다. 그때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은 일은 지금도 가장 후회되는 일이다. 평창에서 메달이 간절했던 가장 큰 이유 역시 어머니다. 포기를 모르는 강인한 정신력과 끈질긴 체력을 물려준 어머니에게 못 다한 효도를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신의현의 강인한 정신력은 명랑한 어머니 이회갑씨에게 내림받은 것이다. 충남 공주 정안에서 알밤 농사를 지으며, 아들을 씩씩하게 키워냈다. 훈련으로 너덜너덜해진 어깨에 직접 벌침까지 놔주는 어머니를 향해 신의현은 "반의사"라고 농담한다. 출정식에서 "금메달 아니어도 된다"하다가도 "그래도 될 수 있으면 금메달이 좋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엄마의 화통한 기질을 아들 신의현은 그대로 물려받았다.
전날 메달을 놓친 후 신의현의 어머니 이씨는 "5등요? 최고죠! 정말 잘했다. 안다치고 최선을 다했으니 최고다. 우리 아들 최고다!"라며 눈물을 글썽이는 아들의 기를 팍팍 세웠다.
그는 거침이 없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엔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어요" 했다. 화통한 성격은 저돌적인 레이스 스타일, 못말리는 승부욕과도 닮아 있다. "늘 내 앞에 한 사람만 제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선다. 내 앞의 선수를 하나씩 제칠 때 정말 짜릿하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첫 출전 이후 2014년 소치대회까지 7번의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은메달 2개를 기록했다.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알파인 스키 한상민의 은메달, 2010년 밴쿠버 대회 휠체어컬링 은메달등 은메달 2개가 전부다. 첫날의 시련을 딛고 신의현이 보란듯이 약속을 지켰다. 노르딕 스키 사상 첫 메달을 획득했다.
'철인' 신의현의 도전은 날마다 계속된다. 13일 남자 바이애슬론 12.5㎞, 14일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좌식), 16일 남자 바이애슬론 15㎞, 17일 남자 크로스컨트리 7.5㎞(좌식)에 잇달아 나선다.
평창=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