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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스토리]민유라가 울었다, 평창에 아리랑이 울린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4:57 | 최종수정 2018-02-19 21:29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렸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출전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9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렸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출전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9

61.22점.

전광판에 점수가 뜬 순간 민유라(23)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도 감격스러웠지만, 무엇보다도 프리댄스를 뛸 수 있다는, 아니 아리랑을 세계인에게 들려줄 수 있다는 행복 때문이었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25)이 해냈다. 민유라-겜린은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댄스에서 기술점수(TES) 32.94점에 예술점수(PCS) 28.28점을 합쳐 61.22점을 얻었다.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에서 세운 시즌베스트(61.97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16위에 오르며 상위 20팀에게 주어지는 프리댄스 진출권을 따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양태화-이천군이 기록한 24위를 넘는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민유라-겜린은 3그룹 3번째로 연기를 펼쳤다. 삼바 리듬의 '데스파시토(Despacito)'와 룸바 리듬의 '마이 올(My All)', 다시 삼바 리듬의 '무헤르 라티나(Mujer Latina)'에 맞춰 연기를 시작한 민유라-겜린은 첫번째 수행요소인 룸바 퍼스트 시퀀스를 깔끔하게 마치며 최고 레벨인 레벨4를 받았다. 두번째 패턴 댄스 타입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3으로 수행한데 이어 커브 라인 리프트를 완벽히 마치며 레벨4를 받았다. 싱크로나이즈트 트위즐스까지 역시 최고 레벨4로 수행한 민유라-겜린은 마지막 구성요소인 낫터칭 미들라인 스텝 시퀀스에서 레벨3을 받으며 연기를 마쳤다. 민유라-겜린은 모든 과제에서 수행점수(GOE) 가산점을 챙겼다.

키스앤드크라이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민유라는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고, 겜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감쌌다. 두 선수가 이처럼 감격한 이유가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프리댄스 프로그램인 '홀로 아리랑'을 올림픽 무대에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유라-겜린은 일찌감치 프리댄스 프로그램으로 '아리랑'을 택했다. "올림픽을 맞아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전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주변의 반대에도 선정한 곡이다. '외국 심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에도 민유라-겜린은 꿋꿋했다. 지난해 9월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7년 ISU 네벨혼 트로피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쳤고, 종합 4위에 올라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냈다.


19일 오전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 아이스아레나에서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열렸다.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가 출전해 연기를 펼쳤다. 화려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민유라-겜린 조.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9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정작 엉뚱한 논란에 휘말렸다. 아리랑 가사 중 '독도야 간밤에 잘 잤느냐'라는 한 구절 때문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독도'라는 단어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가사를 삭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온전한 곡으로 연기할 수 없게 됐지만 민유라-겜린은 씩씩했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따랐다. 과정은 험난했다. 첫 무대였던 팀 이벤트 쇼트댄스에서 민유라의 의상 상의 후크가 떨어져 나가는 돌발상황이 펼쳐졌다.제대로 된 연기를 하지 못한 민유라-겜린은 51.97점의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이 점수라면 프리댄스 진출은 불가능했다.

민유라-겜린은 이를 악물었다. 혹시 모를 변수에 철저히 대비했다. 민유라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후크를 단단히 채웠다. 두꺼운 끈으로 옷을 단단히 여몄다. 무엇보다 각오를 단단히 했다. 흥을 잠시 지우고, 연기에 온전히 집중했다. 그 결과 마침내 민유라-겜린은 자신들의 꿈을 이뤘다. 민유라는 "프리댄스에서는 내 마음과 감정을 모두 표출해 특별한 아리랑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 팬들만이 아니라 온 세상을 위해서 연기를 하고 싶다. 팬들도 아리랑을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겜린 역시 "올림픽에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한국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면서 "내일 경기에선 스토리를 담아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20일 개량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프리댄스에 나선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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