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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함께 해온 '31일' 그리고 남은 스웨덴전, 단일팀은 이별을 준비한다

임정택 기자

기사입력 2018-02-19 14:38 | 최종수정 2018-02-19 20:17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14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렸다. 단일팀이 올림픽 첫 골을 넣고 환호하고 있다.
강릉=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8.02.14/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결성된 지 딱 31일 됐다.

지난달 21일 단일팀이 공식 결성됐다. 4일 지난 25일 진천선수촌에서 대면식을 했다. 새러 머리 감독은 꽃다발로 북측 선수들을 맞이했다. 남측 선수 23명에 북측 12명, 총 35명으로 단일팀은 구성됐다.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스웨덴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단일팀.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곡절의 시작이었다. 서로의 말이 생소했다. 남, 북의 언어에 영어. 아이스하키 용어도 달랐다. 문화가 달랐다. 정치적 상황은 미묘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지 않았던 선수들. 단번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머리 감독의 생각은 복잡해졌다. 선수들은 혼란스러웠다. 북측 선수들은 겉돌았다. 쏟아진 관심은 중압감이 됐다.


9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훈련에 임했다. 단일팀은 10일 오후 스위스를 상대로 첫 경기를 펼친다. 새러 머리 감독의 지도하에 훈련에 임하고 있는 단일팀 선수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09
지난 4일 단일팀은 첫 경기를 치렀다. 상대는 스웨덴.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1대3 패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최종 모의고사였다. 대회가 시작됐다.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처참히 깨졌다. 스코어는 0대8. 내용도 일방적이었다. 선수들의 발은 무겁고, 어깨는 처졌다. 이어진 스웨덴전에서도 0대8 대패, 그리고 숙명의 일본전까지 1대4 패배. 단일팀의 역사적 첫 골의 감동은 조별리그 3전 전패 상처를 감싸기엔 역부족이었다.


12일 오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여자하키 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가 열렸다. 단일팀 김희원이 격렬한 몸싸움을 펼치고 있다.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12
힘들었다. 그러나 헛된 시간은 아니었다. 18일 스위스와 다시 만났다. 순위결정 1차전. 단일팀이 달라졌다. 악착같이 뛰었다. 호흡도 제법 올라왔다. 물론 열세였다.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경기력이었다. 결과는 0대2 패배. 잘 싸웠다.


9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훈련에 임했다. 단일팀은 10일 오후 스위스를 상대로 첫 경기를 펼친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새러 머리 감독.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09
정신 없이 달려왔다. 2018년 2월 20일. 단일팀이 결성된 지 31일 된 날이다. 이날 낮 12시10분 관동하키센터에서 단일팀의 올림픽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스웨덴과의 7~8위 결정전이다.

스웨덴전의 의미. 일단 복수전이다. 조별리그 B조 2차전 완패 수모를 씻어야 한다. 머리 감독은 19일 단일팀 공식훈련 후 "일종의 '복수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은 뒤 "0대8로 패한 적 있지만 이젠 그런 일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전은 '이별전'이기도 하다. 단일팀 구성원 모두가 작별을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첫승에 대한 열망과 동시에 복잡뭉클한 감정이 꿈틀대고 있다. 눈가는 촉촉하지만 아직 눈물이 떨어질 정도는 아닌, 미소는 짓지만 입꼬리가 쉽사리 올라가지 않는, 그런 감정이다. 김세린 박채린 김희원 한수진 등은 경기장 모퉁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코칭스태프도 모였다. 머리 감독, 김도윤 코치, 레베카 베이커 코치 등이 나란히 섰다. 박철호 북한 감독도 불렀다. 처음엔 어색했다. 그 와중에 김 코치는 자신의 얼굴이 크게 나올 것을 우려했다. 모두가 웃었다.



머리 감독은 "언제 이런 사진을 다시 찍을 수 있을지 몰라서 찍었다. 사진을 모두 출력해서 박 감독에게 줄 것"이라며 "나는 잘 울지 않지만 북측 선수들이 돌아가면 울 것 같다. 이제 우린 가족이다"라고 했다. '단일팀의 혼' 골리 신소정(뉴욕 리베터스)의 마음도 먹먹하다. "마지막이라는 말 들을 때마다 아쉽다. 슬프고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17년 째 대표팀의 골문을 지켜온 그는 아이스하키와의 이별도 고려하고 있다. 신소정은 "은퇴를 할지 말지 생각중이다. 일단 스웨덴전을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그동안 너무 내 행복만 추구하며 살아왔던 것 같다. 가족도 생각했어야 했다. 계속 고집부리면 참고 기다려준 어머니께 죄송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뛸 수 있다면 그래도 해외에서 뛰고 싶다. 뉴욕 리베터스에서도 제안이 있었다"고 했다.

단일팀은 20일 스웨덴전을 치르고 21일 함께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다. 북측 선수들은 25일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뒤 26일 북한으로 돌아간다. 단일팀의 하루 하루가 '이별전야'다.


강릉=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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