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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목표했던 금메달은 힘들어도 동메달은 가능하다.
3차 시기는 9번째로 주행한다. 오후 10시부터 펼쳐질 4차 시기는 3차 시기 성적 상위 20개 팀의 역순으로 이뤄진다.
지난 두 차례 주행을 복기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1차 시기에서의 실수가 뼈아팠다. '악마가 산다'는 9번 코스에서 두 차례 충돌이 발생했다. '루지 황제' 펠릭스 로흐도 넘지 못했던 9번 코스였다.
9번 코스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9번 코스에서 좌우 부딪힘 없이 일직선 주행을 하기 위해선 8번 코스에서부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선수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속도를 줄이면서 9번 코스에 진입하게 되면 썰매 속력이 시속 90~100㎞로 떨어져 기록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게 될 수 있다. 썰매가 벽면에 충돌하기 때문에 기록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심지어 9번을 통과하자마자 10번 코스로 진입하는 순간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8번에서 9번 코스로 진입하는 구간이 가파르게 꺾여있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썰매가 밀리게 된다. 썰매가 얼음 위에 놓여 있어야 하는데 날 자체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9번 코스를 부딪힘 없이 얼마나 일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느냐가 10번 코스와 11번 코스를 잘 통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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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 코스를 총 452회나 타본 경험이 있는 파일럿 원윤종은 2차 시기에서 실수 없이 9번 코스를 잘 빠져나왔다. 1, 2차 시기 합계 1분38초89, 9위에 랭크 됐다. 그래도 고무적인 건 1차 시기 11위보다 순위를 두 계단 끌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원윤종-서영우 조에게 금메달을 바라는 건 무리다. 0.01초의 촌각을 다투는 봅슬레이에서 0.5초는 큰 격차다. 독일의 니코 발터-크리스티안 포저 조는 1분38초39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메달 가능성은 포기할 정도가 아니다. 3위 요하네스 로흐너-크리스토퍼 발버 조(독일)와 0.31초차밖에 나지 않는다. 원윤종-서영우 조가 스타트에서 0.1초를 줄이고 주행에서 0.1초만 더 줄여도 충분히 동메달 경쟁이 가능해진다. 3차 시기에서 무조건 5위 안에 진입한 뒤 마지막 4차 시기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써야 한다.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이다. 그러나 지난 8년간 올림픽 금메달만 바라보면 견뎌왔던 것처럼 견뎌내야 한다. 브레이크맨 서영우가 말했듯 '포기하는 순간 끝'이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