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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김연아' 차준환(17)이 첫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차준환은 큰 무대에 강했다. 9일 팀 이벤트에서 첫 주자로 나서 77.70점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ISU 그랑프리 2차 대회에서 작성한 시즌 베스트(68.46점)를 넘었다. 점프가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 얻은 결과였다. 개인전에서는 더 좋았다. 쇼트프로그램부터 프리스케이팅, 총점까지 모조리 개인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첫 경기였던 16일 쇼트프로그램에서도 83.43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주니어 챔피언십에서 세운 개인 베스트(82.34점)를 경신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2016년 ISU JGP 요코하마에서 얻은 개인 베스트(160.13점)를 넘어선 차준환은 총점에서도 2017년 ISU 월드 주니어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개인 베스트(242.45점)를 새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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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차준환의 4년 뒤는 어떤 모습일까. 열쇠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가 쥐고 있다. 이번 올림픽 남자 싱글의 화두는 단연 쿼드러플 점프였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전후로 시작된 쿼드러플 열풍은 이번 대회에서 절정에 올랐다. 쿼드러플 없이는 명함을 내밀기 힘들 정도였다. 백미는 단연 '점프괴물' 네이선 첸의 프리 연기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인 첸은 프리스케이팅에서만 무려 6번의 쿼드러플 점프를 시도해 피겨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첸은 프리스케이팅 TES에서만 127.64점이라는 엄청난 점수를 받으며 자신의 프리 개인 최고기록(215.08점)을 세웠다.
금메달을 차지한 하뉴 유즈루 역시 쇼트프로그램와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6번의 쿼드러플 점프를 뛰었다. 은메달을 차지한 우노 쇼마도 6번, 동메달의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도 4번의 쿼드러플 점프를 소화했다. 쿼드러플 점프는 기본점수 자체가 다르다. 첸이 쇼트프로그램(82.27점) 점프 요소에서 엄청난 실수를 연발하고도 '클린'을 기록한 차준환과 1.16점 차이 밖에 나지 않은 것은 점프 요소의 기본 점수에서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에서 단 한차례의 쿼드러플도 뛰지 않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한번 뛰었지만, 그나마도 실수하며 감점 1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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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차준환이 4년 뒤 메달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쿼드러플 점프를 더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차준환은 충분히 그 역량을 갖춘 선수다. 주니어 시절에는 쿼드러플 성공률도 제법 높았다. 이제 시니어 1년차, 괴로웠던 성장통도 넘어 어느정도 몸도 완성된 상태다. 쿼드러플 점프는 근육의 무리가 많다. 성장기에 무리하게 연습하는 것보다 지금 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성장에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차준환 역시 "다른 선수들은 시니어 무대에서 오랫동안 뛴 베테랑 선수들이다. 내게 맞는 쿼드러플 점프를 하나씩 장착해 천천히 성장하겠다"고 했다.
피겨스케이터의 전성기는 20대 초반이다. 2022년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이 차준환에게는 전성기가 시작되는 바로 그 시점이다. 차준환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가능성이라면, 4년 뒤를 기대해보기에 충분하다. 차준환의 피겨 인생은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