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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프리뷰]정치는 사라진다, 머리의 단일팀이 출발한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8-02-09 20:56 | 최종수정 2018-02-10 05:00


9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훈련에 임했다. 단일팀은 10일 오후 스위스를 상대로 첫 경기를 펼친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새러 머리 감독.
강릉=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8.02.09

"정치가 아닌 승리하기 위해 왔다."

새러 머리 단일팀 감독의 출사표였다.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구성된 단일팀이 첫 걸음을 시작한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0일 오후 9시10분 스위스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단일팀이다. 결성까지는 정치에 휘둘렸다. 지난달 남북 고위층 회담에서 고개를 든 단일팀은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화답으로 전격, 성사됐다. 격렬한 찬반 논쟁부터 시시콜콜한 유니폼 논란까지, 각종 이슈가 쏟아졌다. 하지만 25일 처음 만난 뒤부터 지금까지 단일팀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갔다.

머리 감독의 리더십 아래 빠르게 팀의 골격을 만들었다. 머리 감독은 단호하고, 디테일한 모습으로 팀을 장악했다. 박철호 북한 코치와의 관계를 확실히 설정하고, 모든 통제권을 갖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라커룸 위치까지 세세하게 조정했다. 함께 밥을 먹게 하는 것도 머리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머리 감독의 지시에 선수들도 빠르게 친해졌다. 라커룸도 같이 쓰고, 생일파티도 함께 했다. 8일에는 다같이 경포대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4일 스웨덴전을 통해 가능성을 보인 단일팀은 강릉으로 넘어온 뒤 매일같이 구슬땀을 흘렸다. 하루 세번 훈련한 적도 있었다. 함께 했던 시간이 짧았던만큼 최대한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경기를 하루 앞둔 9일에도 단일팀은 맹훈련을 펼쳤다. 부상 중인 캐롤라인 박과 랜디 희수 그리핀도 가세했다. 다만 이은지는 깁스를 하며 이번 대회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엔트리는 어느정도 윤곽이 나왔다. 한국 23명, 북한 12명으로 이루어진 단일팀은 매경기 3명의 북한 선수들을 포함해 22명의 엔트리를 제출해야 한다. 돌아온 캐롤라인 박과 랜디 희수 그리핀을 제외하고는 지난 스웨덴전과 비슷한 라인업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수들은 2~4라인에 골고루 투입될 전망이다. 2라인의 정수현은 사실상 확정된 모습이다.

상대는 만만치 않은 스위스다. 세계 6위 스위스는 2014년 소치 대회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아이스하키의 강국이다. 신소정은 "개인적으로 만나본 팀 중 가장 까다로운 상대"라고 했다. 머리 감독도 "스위스는 기술이 좋고, 정말 뛰어난 골리가 있다"고 했다. 머리 감독이 언급한 골리 플로랑 쉘링은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이번 평창 대회까지 4회 연속 올림픽에 나선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베스트 골리로 선정되기도 했다. 공격진에서는 알리나 묄러를 주목해야 한다. 2014년 소치 대회에서 역대 최연소인 15세의 나이에 메달을 목에 건 묄러는 올 시즌 스위스 리그에서 경이적인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 밖에 자매 공격수 트리오 이사벨, 모니카, 니나도 유명하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4일 오후 인천 선학링크에서 스웨덴과 친선 평가전을 벌였다. 단일팀 박종아(왼쪽)가 골을 넣은 후 이진규와 기뻐하고 있다.
인천 | 사진공동취재단/2018.2.4/
물론 단일팀이 절대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기본 실력 역시 밀린다. 한국은 스위스를 만나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여기에 단일팀은 앞서 언급한데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결과를 속단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역시 골리 신소정과 공격수 박종아다. 아이스하키에서 골리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신소정은 지난 스웨덴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레이프 불크 스웨덴 감독은 "신소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신소정이 스위스의 공격을 막아준다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때 마무리를 해줘야 하는 것이 박종아다. 스웨덴전에서 유일한 골을 넣었던 박종아는 단일팀 공격진의 믿을맨이다.

머리 감독과 선수들은 주눅들지 않았다. 머리 감독은 "단일팀의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한다면 스위스와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희수 그리핀도 "단일팀은 '언더독'으로 평가받는데, 그래서 부담 없이 경기한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고 힘주어 말했다. 경기가 시작되면 정치는 빠지고, 스포츠만이 남는다. 패배를 원하는 팀은 없다. 단일팀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낭자들은 큰 무대에서 항상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단일팀의 기적을 기대해본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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