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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봅슬레이대표팀, 스폰서 때문에 현대차 썰매 안타도 된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8-01-01 18:30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앞)-서영우 조. 사진캡처=IBSF 홈페이지

한국 봅슬레이대표팀은 지난 2015년 10월 국내 굴지의 자동차기업 현대자동차로부터 썰매를 전달받았다. 현대차가 2014년 9월 썰매 제작 지원을 밝힌 뒤 1년여 만이었다. 그 동안 보유한 썰매는 두 대였다. 오스트리아산 발러와 라트비아산 BTC였다.

대표팀의 세 번째 썰매가 된 현대차 썰매에는 최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랠리카에 쓰인 탄소섬유와 강화 플라스틱을 활용해 가볍고 튼튼한 동체가 탄생했다. 또 높은 수준의 공력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소 내의 최신 풍동 평가 시설을 활용해 실제 차와 같은 방식으로 테스트가 진행됐다. 선수단이 탑승했을 때 최적의 공력성능이 구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현대차는 자동차 제작에 적용되는 3D 스캔 기술을 적극 활용, 국가대표 선수 개개인의 체형을 측정하고 최적의 탑승 자세를 구현하는 설계도 적용시켰다.

그야말로 국산 맞춤형 썰매였다. 독일의 BMW와 이탈리아의 페라리, 그리고 한국의 현대차까지 유체역학을 고려해 속도를 높이면서도 안전하고 빠른 동체를 만드는 기술의 집약체였다.

썰매의 가격은 2억원을 호가했다. 썰매도 썰매지만 봅슬레이대표팀은 현대차에서 외국인 코치 비용 등 각종 지원을 받고 있다. 대표팀의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KB금융그룹, 포스코대우 등 후원사들이 늘었지만 현대차는 2011년부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에 메인스폰서 후원을 약속하고 썰매와 해외전지훈련비 등 연간 3억원 이상의 지원을 하고 있다.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도BS연맹) 조가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를 찍을 수 있었고, 윤성빈(24·강원도청)이 '스켈레톤계 우사인 볼트'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를 넘어 올림픽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봅슬레이대표팀은 보유한 세 대의 썰매 중 지난해 10월 말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두 대로 압축했다. 강원도청에서 구입한 오스트리아 발러 썰매를 올림픽용 썰매 후보에서 최종 제외시켰다. 그리고 라트비아산 BTC와 현대차 썰매를 계속해서 테스트했다. 선수들에게 익숙한 건 대회에서 타는 BTC 썰매였다. 현대차는 훈련과 대회 연습 때 한 번씩 테스트해보는 수준이었다. 지난 2년간 현대차 썰매가 주행 중 유연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BTC와 현대차 썰매를 비교해 탄 것은 네 차례 뿐이었다.

그렇다면 봅슬레이대표팀은 현대차가 메인스폰서이기 때문에 올림픽용 썰매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스포츠조선 취재결과, 봅슬레이대표팀은 현대차 썰매를 타지 않아도 전혀 상관 없다. 현대자동차 사정에 밝은 복수의 관계자는 "대표팀에 썰매를 전달할 때 맺은 계약서 안에 반드시 평창올림픽 때 현대차 썰매를 선택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지 않았다. 현대차가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썰매를 제작해줬지만 평창 트랙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른 썰매를 택해도 된다"고 귀띔했다.

불공정 협약이 아니었다. 후원을 한다고 해서 대표팀을 압박하는 계약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다만 대표팀이 평창올림픽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올림픽용 썰매를 결정하지 못한 건 신중함을 위해서다. 라트비아산 BTC 썰매의 기록이 좋게 나올 때도 있었고 현대차 썰매의 기록이 좋게 나올 때도 있었다. 정확한 비교분석은 역시 홈 트랙에서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오는 15일이면 결론이 난다.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최종 제출되는 시점이다. 트랙 컨디션이 올림픽 때와 비슷하게 연출되고 있기 때문에 썰매 결정의 골든타임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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