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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퍼져 나가는 암을 이겨내기엔 너무나도 가녀린 체구였다. 갓 유치원에 입학한 소년에겐 가혹한 시련이었다. 항암치료로 머리카락은 모두 빠져나갔고 표정은 초췌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소년은 해맑기만 했다. 머리카락이 빠진 자신의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였고, '거북이 옷'을 입고 친구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닌자거북이'라고 지칭했다.
플레처의 낙천성 탓인지 암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그는 곧바로 자신의 꿈을 실천에 옮겼다. 항암치료를 마치기도 전에 스키점프를 시작하면서 선수의 꿈을 이키우기 시작했다. 플레처는 "운좋게도 빨리 운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며 "고교 시절까지 암투병 사실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2009년부터 국제스키연맹(FIS) 스키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플레처는 2011년 지펠트(오스트리아), 프레다조(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수위에 오르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2013년 세계선수권에서 팀 노멀힐 은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소치 대회에서 개인전 22위, 단체전 6위에 그쳤던 플레처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새 역사에 도전한다.
평창으로 향하는 플레처의 곁엔 '든든한 동행자'도 있다. 그의 동생인 테일러는 함께 출전한 대표선발전에서 4위를 기록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성공했다. 두 대회 연속 형제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게 된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